- 보급 확대로 교체주기 장기화
- 미국·중국시장서도 내리막길
- 제조사들, 새 전략 수립 고민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역대 최악의 부진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와 교체 주기의 장기화 등으로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출하량이 뒷걸음질 쳤기 때문이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새로운 전략 수립’ 등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북미 스마트폰 출하량이 2016년(1억7470만 대)보다 2.4% 감소한 1억7050만 대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북미 시장의 연간 출하량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같은 기간 중국의 스마트폰 출하량도 4억7930만 대에서 4억5960만 대로 4.1% 감소하며 2009년 이후 8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세계 1, 2위 스마트폰 시장이 잇따라 뒷걸음질 치면서 글로벌 시장 수요도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4억20만 대로 전년 대비 9% 줄었다. 이 하락률은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2007년 6월 이후 가장 큰 것이다. 특히 지난해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15억800만 대로 전년 대비 1% 성장하는 데 그쳤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성장률(39%)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2016년 성장률은 2%였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역성장은 보급 증가에 따른 성장 동력 하락과 ‘시장 포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SA에 따르면 2012년 14.7%였던 스마트폰 보급률은 지난해 43.1%로 3배 가까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미국 시장의 보급률은 41.0%에서 75.1%로 급등했다. 중국도 19.7%에서 71.6%로 치솟았다. 교체 주기가 장기화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국내 IT 업계 관계자는 “업체별 스마트폰의 차별화 요소가 적어지면서 교체에 대한 필요성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요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생존 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애플은 지난해 하반기 아이폰X처럼 ‘초고가 전략’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X의 판매 대수는 전작보다 줄었지만, 비판을 감수하며 추진한 ‘초고가 전략’ 덕에 매출과 영업이익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삼성전자도 중저가 라인업을 정리하는 대신 프리미엄 제품 출시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에는 스마트폰 제품을 우후죽순 쏟아내기보다 프리미엄 폰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데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