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사드보복·美 통상압박 여파
- 부진한 한국GM은 철수설까지
- 납품줄고 단가 하락으로 경영난

- 개별소비세 감면·환율 안정화
- 내수·수출·생산 회복정책 절실
- 노사 대타협·경쟁력 강화 필요

조선업계과 함께 부산지역 양대 주력 업종인 자동차부품 업계의 경영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막상 지역 내 10위권 업체 이원솔루텍이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한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자동차부품업계의 부진은 중국의 사드 보복 등에 따른 완성차의 판매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의 해외 현지 생산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 미국의 통상압박으로 자동차부품 업계에서는 올해가 최대의 고비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제2, 3의 이원솔루텍을 막기 위해서는 부산시가 특례보증 등 긴급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1일 부산 강서구 지사과학단지 내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업체 이원솔루텍 본사 전경. 한국GM 1차 협력업체인 이원솔루텍은 최근 원청사의 판매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해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곽재훈 전문기자 kwakjh@kookje.co.kr

■ 국내 완성차 업계 부진

국내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5개사의 공장 가동률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2014년 96.5%던 5개사의 공장 가동률은 2015년 96.3%, 2016년 91.1%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상반기도 93.2%로 업황이 좋지 않다. 특히 지역 자동차부품업계 주거래처인 한국GM에서 경차를 생산하는 한국GM 창원공장의 가동률은 7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유럽 자회사인 ‘오펠’을 인수한 ‘푸조·시트로엥(PSA) 그룹’이 지난해 한국GM 수입물량에 대한 현지 생산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GM 사업장 철수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올해 자동차 산업의 전망도 좋지 않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2018년 한국 자동차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내수시장은 전년 수준인 182만 대, 수출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257만 대, 생산은 1.4% 줄어든 410만 대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자동차 업계가 지난 2년 동안 내수·수출·생산의 ‘트리플 감소세’로부터 벗어나 회복세로 전환하기 위해 올해를 중요한 시기로 본다. 개별소비세 감면 등 내수 활성화와 환율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 노사 간 대타협, 국내 기업 경쟁력 확보를 동반한 한국형 환경정책 등을 절실히 요구한다.

■ 지역기업 대외환경 변화 취약

완성차 업계가 부진을 거듭하면서 부산지역 자동차부품 수출도 해마다 반 토막 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5년 지역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23억2855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수출증감률은 전국 17개 시·도 중 제주를 제외하고 31.9%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하지만 2016년 수출액은 12억2106만 달러로 전년 대비 43.4% 감소했다. 전년 대비 56.5%가 감소한 전남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기준 지역 수출액은 5억953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3%나 감소했다. 2015년 부산 전체 수출 중 자동차부품은 14.8%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에는 4.3%를 기록해 5위로 밀려났다.

부산지역 자동차부품 업계는 다른 지역보다 수출 타격이 큰 이유로 중국 요인을 들었다. 지역 자동차부품 업체의 수출은 대부분 중국에 쏠려 있다. 이렇다 보니 중국 정부가 내수정책으로 자국 업체 부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고 최근에는 사드 갈등까지 겪으며 직격탄을 맞았다. 지역 자동차부품 업체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1차 협력업체 비중이 작고 2~3차 협력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문제다. 상대적으로 기업의 매출 규모가 낮아 대외 환경 변화 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부산자동차부품공업협동조합 권승민 상무는 “완성차 업계의 판매 부진이 곧 협력업체의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고 납품단가도 하락하며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며 “부산시 등이 나서서 조선해양산업 불황 때처럼 긴급자금지원 특례보증 제도를 시행해야 줄도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호정 김진룡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