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계 후유증 최소화 실낱 기대
- 조 회장 간담회 강행땐 파행 우려
- 원로 “정정당당한 경선이 차선책”

지난 12일 낮 부산 동구의 한 음식점 앞. 부산상공회의소 조성제 회장이 상기된 얼굴로 식당을 나섰다. 조 회장은 “각자 주장만 얘기해 논의가 안 될 거 같아 먼저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티격태격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코르웰 김성태 회장과 태웅 허용도 회장의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 동일철강 장인화 회장이 뒤따랐다. 후보들은 식당 앞에서도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후보는 사업 연관성을 언급하며 상대 후보를 압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만남은 조 회장 주선으로 차기 부산상의 회장 출마 후보 간 합의 추대를 논의하기 위한 두 번째 자리였다. 그러나 후보들은 만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논쟁 끝에 자리를 박찼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경제인들은 “당사자 간 원만한 합의를 이룰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며 “당시 모습은 회장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여과 없이 드러난 것인데 이번 선거가 어떻게 정리되든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합의 추대가 된다 하더라도 경선보다 못한 추대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후보자 3명은 15일 조 회장 주선으로 세 번째이자 마지막 당사자 간 협의를 위해 만난다. 이날은 원로 회장단과 상의 회장단, 후보자 3명에게서 합의 추대 방법과 절차를 위임받은 조 회장이 당사자 합의로 정한 마지막 날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이미 118명의 상의 의원에게 오는 18일 의원 간담회를 연다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문제는 후보인 김 회장이 의원 간담회 표결을 통한 후보 추대에 불복 의사를 밝힌 데다 장 회장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조 회장의 간담회 강행 방침이 더 큰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조 회장은 “불참자는 약속을 어긴 데 대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했지만, ‘파행 간담회’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태위태하다.

한 원로 기업인은 “지역 경제인이 경선을 피하려고 했던 것은 후유증을 걱정했기 때문인데 벌써 편 가르기, 줄 세우기 등 후유증이 크다”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은 기대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경선이라는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승자를 가리는 것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식적인 차기 부산상의 회장은 오는 3월 12일 제23대 부산상공회의소 의원 임시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