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가상화폐 거래용 실명 확인 서비스를 예정대로 이달 안에 시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한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이 최근 가상화폐에 관한 부정적 여론을 반영해 실명 확인 서비스 도입을 연기·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당국이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농협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등 6개 가상화폐 거래 관련 시중은행들과 실명 확인 서비스 도입 일정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신한은행이 실명 확인 시스템 도입 중단을 선언하고 기업은행 등 다른 가상화폐 거래 시중은행들도 실명 확인 서비스 도입을 주저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금융위가 “가상화폐 거래를 통째로 불법화하더라도 실명 확인 시스템은 그 자체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득하면서 시중은행들도 이에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은 이에 따라 애초 예정대로 이달 안에 실명 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실명 확인 입출금 서비스는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자금세탁방지의무 가이드라인도 반영한다. 실명 확인 입출금 서비스는 거래자의 실명계좌와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동일은행 계좌만 입출금을 허용한다.

정부가 논란 끝에 실명 확인 시스템 전환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가상화폐 거래는 일단 회생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가상화폐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투기성 자금이 몰렸고, 이는 거래소들이 은행 지급 결제 시스템에 편승해 투자자들을 부추긴 탓이라는 정부의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

또 시중은행들도 거래소 계좌 유지에 부담을 느끼는 만큼, 언젠가는 은행 스스로 계좌 제공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극단적으로 현금화 자체가 완전히 막혀, 가상화폐가 말 그대로 블록체인 기술이 응용된 가상공간에만 묶일 우려도 여전히 제기된다. 권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