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뢰 상승·리스크 완화” 예상과 시장 과열 등 부작용 전망 맞서
- 정부, 15일 고강도 규제 논의

가상(암호)화폐 ‘비트코인’이 마침내 미국 선물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의 제도권 금융이 비트코인의 존재나 투자 가치를 인정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번 사례가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가 미국에서 확인된 만큼 가격이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반면, 거품과 투기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비트코인 시장이 개설되며 트레이더들이 거래를 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오는 18일(현지시간)부터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에서도 거래된다. AP연합뉴스

비트코인은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지난 10일 오후 5시(한국시간 지난 11일 오전 8시) 첫 거래를 시작했다. 오는 18일(현지시간)에는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도 거래가 개시된다. 이는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에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상장기업이 IPO(기업공개)를 거쳐 증시에 입성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비트코인 선물 거래’는 국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규제 강화 방침을 밝힌 금융당국에 맞서 “비트코인을 파생상품 기초자산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으로 시장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미국처럼 관련 시장이 정식으로 개설되면 기관 등 공신력이 있는 투자자가 늘어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날 보고서에서 “장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많이 참여하면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비트코인이 근본적으로 실물 자산에 근거를 두지 않은 만큼 제도권 금융에 진입해도 ‘버블’(거품) 위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실제로 CBOE는 거래 첫날 비트코인 가격이 20% 이상 급등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자 투자자 보호 장치인 ‘서킷 브레이커’(CB, 거래 일시 정지)를 두 번이나 발동했다.

국내에서는 일단 ‘규제’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는 오는 15일 회의를 열어 비트코인에 대한 고강도 규제 방안을 논의한다. 회의에서는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KRX)도 비트코인 테마주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에 나섰다. 당국의 규제 강화 방침이 빠르게 진화하는 가상화폐 산업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