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금융상품 약관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심사가 사후 보고로 바뀐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와 소속 임직원에게 제재를 내리기 전에 대상자의 진술을 듣는 ‘대심제(對審制)’도 도입한다.

금감원은 ‘금융감독 검사 제재 프로세스 혁신 태스크포스(TF)’가 이 같은 내용의 혁신안을 권고했다고 12일 발표했다.

혁신안에 따르면 금융상품 약관 제·개정 심사를 사후보고로 전면 전환해 금융사의 상품개발 자율성, 책임성을 높인다. 현재는 보험 권역이 사후보고를 적용한 보험상품 자율판매를 시행 중이지만, 다른 권역은 사전심사가 원칙이다.

또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토대로 진행되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대심제를 전면 실시하고 권익보호관 제도를 신설해 제재 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게 된다. 대심제는 재판처럼 제재 대상자와 검사원이 동석한 가운데 심의위원이 질의,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감원 검사부서로부터 독립된 외부인사로 위촉하는 권익보호관은 제재 대상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비공식적 경로로 금융회사의 경영에 간섭하는 ‘창구지도’ 등 그림자 규제 관행도 개선한다. 금융회사와의 각종 질의, 답변 내용을 ‘감독업무질의시스템’(가칭)에 공유하고 대외발송 공문의 행정지도 해당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등 비명시적 규제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한다. 감독제도 제, 개정시 제시된 의견에 대한 피드백을 강화하는 ‘공개협의안’ 절차도 운영한다.

혁신TF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등에 중요한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개선을 권고하거나 MOU를 체결하는 한편, 개선 필요사항을 공시하라고 금감원에 권고했다. 금융회사에 대한 대주주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나 최고경영진의 위법행위 관여 여부를 철저히 규명해 대주주와 경영진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과태료를 엄격히 부과하고 업무정지, 영업점 폐쇄 등의 중징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키코(KIKO) 사태와 같이 금융회사가 단기이익 추구에 몰두해 금융소비자나 거래기업 등에 부당한 피해를 유발하는 영업행태에 대해서는 문제의 근원적 개선을 위한 검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유광열 수석부원장은 “감독 검사 제재 혁신 TF에서 권고하는 사항들을 적극 수용해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금융감독원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점에서 금융감독·검사 제재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금감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