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관 회장 사퇴해도 갈등 여전
- 유력 상공인 추가 출마설로 안갯속
- 상공인 대표 뽑는 선거 진흙탕 양상
- 선거 끝난 뒤에 후유증 만만찮을 듯

“이번 선거는 어떻게 결론이 나도 후유증이 크지 않겠어요?”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부산상공회의소 전경.

부산 경제계를 대표하는 제23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지역 상공인들의 걱정이 크다. 가장 먼저 선거전에 뛰어들었던 신발제조업체 와이씨텍 박수관(67) 회장이 ‘화합’을 명분으로 전격 사퇴(본지 지난 1일 자 13면 보도)하면서 이번 선거가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의 사퇴를 계기로 갈등 봉합을 바랐던 상공인들의 기대는 ‘추가 출마설’과 ‘정치권 개입설’ 등 각종 설로 뒤덮여 버렸다.

이번 상의회장 선거를 되짚어 보자. 이번 선거는 박 회장이 사퇴하기 전날까지 박 회장과 단조제품업체 태웅 허용도(69) 회장과 선박회사인 코르웰 김성태(69) 회장의 3파전으로 진행됐다. 하마평이 나돌던 상공인이 여럿 있었지만 표면적으로는 이들 세 사람이 차기 회장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118명의 상공의원이 뽑는 간접선거인 탓에 선거운동도 제한적이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편 가르기는 여과 없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한 기업을 책임지는 대표 입장에서는 내 거래처 회장님이, 오랜 지인이 서로 자기를 찍어달라고 하니 더욱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다수의 상공인은 표 계산이 정리되면 합의추대 방식으로 차기 회장이 뽑힐 것이라는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박 회장의 사퇴를 계기로 상공인들이 살펴야 할 후보자는 더 많아졌다. 재계 원로의 지원을 받는 동일철강그룹 장인화(55) 회장, 건설업체 아이에스동서 권혁운(67) 회장. 여기에 “그럼 나도 한 번”을 생각하는 다수의 유력 상공인이 출마 대기자 명단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길게는 향후 6년간 부산 경제를 이끌어야 할 자리가 자칫 회장님들의 자존심 싸움터가 될 판이다. 이런 탓에 다수의 상공인은 아직도 당선 확률을 따져가며 출마 여부와 시점을 고민하는 회장님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게다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기편이 되어줄 인사를 상의회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배후에서 선거를 조정하고 있다는 정치권 개입설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기업인의 정치적 소신부터 인맥까지 들먹여가며 정치권 개입설을 기정사실화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재계 원로와 현 회장단은 이상할 만큼 조용하다. 지난달 상의 회장단 모임에서 조성제 회장에게 부정선거 엄중 처벌을 요구했고, 공식적으로 자제를 요청한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하지만 많은 상공인은 기성 정치권보다 더한 지역주의 편 가르기, 시작부터 불거진 정치권 개입설 등 선거 중립의 의무를 말하기에는 사태가 너무 커져 버렸다고 본다.

부산지역 한 상공인은 “상의회장 선거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봉사할 지역 상공인의 대표를 뽑는 선거인데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치열하다 못해 혼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진실 여부를 떠나 이런 설이 난무하는 것 자체가 지역 경제계에는 큰 타격인 만큼 원로와 회장단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