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年 경제성장률 3%대 확실

- 10월 전체 수출 증가액 중
- 반도체 빼면 8억 달러 감소
- “사이클 곧 정점” 경고도 불안

- 기준금리 인상 따른 환율 하락
- 美 금리인상·국제유가도 복병

한국 경제가 올해 3분기 수출 호조에 힘입어 1.5%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도 3%대를 기록할 게 확실시된다. 하지만 ‘깜짝 성장’을 이끄는 수출이 지나치게 반도체 중심으로 늘고 있어 ‘기형적 구조’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반도체 업종 하나만 리스크에 휩싸여도 한국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017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92조5157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1.5% 늘었다. 이 성장률은 2010년 2분기(1.7%) 이후 최고치다. 지난 2분기 성장률은 0.6%에 불과했다. 한은은 4분기 0.02% 이상만 성장하면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3.2%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3.2%)과 기획재정부(3.0%) 등 국내외 주요 기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와 같거나 높은 수준이다.

수출 증가세가 ‘깜짝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 3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6.1% 늘었다. 이는 2011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증가율이다. 지난 1분기와 2분기 증가율은 각각 2.1%와 마이너스(-)2.9%였다. 최근 3개월간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국내 수출의 ‘반도체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분기 때인 지난 8월 반도체 수출액은 87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55억9000만 달러) 대비 31억7000만 달러 늘었다. 이 증가액은 같은 달(8월) 국내 전체 수출 증가액(전년 동월 대비 70억2000만 달러)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난 10월에는 반도체 수출 증가액(38억4600만 달러)이 전체 수출 증가액(30억8000만 달러)을 앞질렀다.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나머지 품목의 10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오히려 7억6600만 달러 줄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반도체 업종 및 기업과 관련해 부정적인 전망이 속속 나온다는 점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7일 보고서에서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빠른 만큼 메모리 사이클이 곧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5.1%나 급락했고,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만 무려 5918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매도 규모는 올해 들어 최고치다.

6년5개월 만에 이뤄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세가 예상되는 점도 반도체를 포함한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악재다. 삼성전자 등 수출 대기업들은 환율 하락에 대비해 이미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단행될 게 유력시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국제유가 상승도 우리 경제의 복병으로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현경연)은 이날 보고서에서 “국제유가 상승은 소비와 투자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국내 경기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경연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르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96%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한국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의 감산 연장 합의에도 전 거래일보다 0.17% 오른 배럴당 57.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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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이석주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