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성장률 전망 3.0%로 상향
- 3년새 가계 빚 362조 원 늘어
- 美 금리인상 대비 선제적 대응
- 가구당 이자부담 18만 원 증가

한국은행이 30일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는 경기회복, 가계부채, 미국 금리 인상 등에 따라 저금리 시대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 금리 인상으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라 14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에 비상이 걸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회복·가계부채에 기준금리 ↑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 호전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저금리로 돈을 풀어야 했던 ‘유동성 잔치’를 끝내고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3.0%로 상향 조정했다. 2014년 이후 3년 만에 3%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올려잡았고 내년 성장률도 3.0%로 보고 있다. 이는 잠재성장률(연 2.8∼2.9%)을 웃도는 수준으로, 이 총재가 금리 인상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뚜렷한 성장세’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그동안 장기 저금리로 누적된 가계부채 등의 부작용에 대처해야 한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의 배경이다. 가계부채는 3년간 362조7000억 원(34.3%) 불어나며 올해 3분기 말 1419조1000억 원에 달했다. 특히 2014년 하반기 이후에는 저금리 기조 속에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규제 완화 등으로 연평균 10% 가까이 폭증했다.

대외적으로 미국 금리 인상도 고려됐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고 다음 달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미국의 금리 상단이 1.50%가 돼 10년 만에 양국 정책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런 상황이 초래할 수 있는 자본 유출 우려 등 금융 불안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금리를 올렸다는 해석도 있다.

■가계대출 이자 부담 가중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1419조1000억 원) 중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 1341조1515억 원에 대한 이자 부담은 2조3000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우리나라의 가구(1952만 가구)당 가계부채는 7269만 원, 가구당 늘어나는 이자 부담은 18만1725원이다.

앞으로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 부채를 갚지 못하는 고위험가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보유자산을 팔아도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는 전체 부채 보유가 구의 2.9%인 31만5000가구로, 이들이 보유한 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의 7.0%인 62조 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0.5% 포인트, 1%포인트 오를 경우 고위험가구가 각각 8000가구, 2만5000가구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고위험가구 금융부채는 각각 4조7000억 원, 9조2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