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국가경쟁력 19위 그쳐
- 제조 기반·IT 인프라 활용땐
- 신산업 발전 기회 창출 가능
- 메이커 스페이스 확대 서둘러
- 상상의 제품화·창업 도와야

4차 산업혁명이 시대적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은 것은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와 무관치 않다. 단순히 실생활이나 산업 현장에 편리함을 주는 ICT(정보통신기술) 이슈가 아니라는 얘기다. ‘3%대 성장 복귀’가 가시화된 한국 경제에도 4차 산업혁명은 먹거리 창출 등을 위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산업 트렌드 변화에 맞선 한국의 대응 수준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선진국의 대응도 현재 초기 단계인 만큼 4차 산업혁명은 준비 여부에 따라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창간 70주년 기획시리즈 ‘눈 앞에 온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 마지막 순서로 전문가들의 조언과 일부 기관의 보고서를 통해 시대적 흐름을 주도하기 위한 한국 경제의 과제 등을 알아 봤다.
■ 한국 주력 기술=신산업 모멘텀

산업통상자원부 박건수 산업정책실장은 4차 산업혁명을 ‘경제·사회 전반에 혁신적 변화를 촉발하는 현상’으로 규정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이 야기하는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양상은 우리가 과거에 경험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고 광범위하다”며 “한국의 제반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지만 우리 경제의 강점인 제조 기반과 IT 인프라 등을 활용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4차 산업 관련 한국의 국가 경쟁력 순위는 19위를 기록했다. 이는 아시아 경쟁국인 홍콩(10위) 대만(14위) 일본(15위)보다 낮은 순위다. 1위는 싱가포르였고 핀란드와 미국, 네덜란드가 뒤를 이었다.

박 실장은 “우리 경제의 주력 기술을 신산업 발전의 모멘텀으로 활용하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령 글로벌 점유율 1위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수요가 급증하는 핵심 ICT에 융합하는 방식이다. 그는 “ICT 전문가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과제”라며 “미국 독일 등 제조업 선진국에서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민간 기업들이 4차 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한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정부 역할에 대해서도 “파급 효과가 큰 제조업과 서비스 융합형 연구개발(R&D)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지역 단위 혁신 생태계 구축 필요

지역 특화형 스마트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조선·해운과 자동차·철강 등 ‘뿌리 산업’이 근간을 이루는 동남권 경제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산업연구원 산하 지역발전연구센터 김영수 센터장은 “이제 막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이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첨단 신기술 관점에서 보면 비수도권이 매우 도전적인 흐름에 직면한 것은 분명하다. 특히 자동차·조선·철강·화학 등 장치형 산업이 집적돼 있는 도시가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김 센터장은 “가장 중요한 생산 요인은 창의적이고 우수한 기술 인력”이라며 “우수 인력이 많은 곳에 제조업체가 집적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교육 체계가 잘 갖춰진 지역이 제조업의 클러스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의 자동차가 자율주행차나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차)로 바뀌면, 자동차 강자 기업이 해당 산업의 운영 플랫폼을 장악하게 될 것이란 논리다. 그만큼 관련 분야에서 인재를 많이 양성해야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를 향해서도 “특성화된 혁신 생태계를 지역 단위로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한조선학회 미래위원회 김강수 위원장은 조선업계를 향해 “개혁을 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며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자율운항 선박 연구가 유럽 중국 일본 등지에서 진행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이미 상용화 수준에 도달했다”며 “자율운항 선박 시대가 멀지 않은 만큼 국내 조선업계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한국 조선업의 ICT 수준이 영국 노르웨이 핀란드 등 전통적 해양 강국보다 낮은 만큼 업계와 학계, 해양수산부·산업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합종연횡’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창의적 인재 양성 가장 중요

산업 트렌드 변화에 따른 인재 양성, 특히 창의력을 기반으로 하는 메이커(Maker) 육성도 주요 과제로 지목됐다. 메이커는 상상력을 갖고 제품·서비스를 창작하거나 개발하는 사람을 말한다.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 이철호 원장은 “메이커의 저변 확대는 국가의 창의력을 확충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메이커 스페이스(메이커들이 창업 교육 등을 받는 장소) 구축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3D(3차원) 솔루션과 제조 시설 등이 결합된 메이커 스페이스가 필요하다. 누구나 제조에 도전하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는 공유 플랫폼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메이커 스페이스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그는 “정부가 메이커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한 것 같다”면서도 “민간의 참여를 충분히 유도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조직 간 연계성을 높이고 정부 부처의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 유사 사업과의 중복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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