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연합뉴스 사진

면세점 업계의 계륵 중 하나였던 코엑스 시내 면세점의 입찰 신청이 결국 롯데면세점의 단독 신청으로 마무리됐다. 해당 면세점의 실적 악화가 계속돼온 상황에서 롯데면세점이 또다시 사업권을 딸 경우 어떤 묘수로 작용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롯데 측이 적자가 발생하는 인천공항점 사업을 철수하면서 마찬가지로 실적이 저조한 코엑스점 사업의 계속 의사를 밝혀 그 배경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다음달 31일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의 특허 기한 만료를 앞두고 신규 사업자 선정을 위한 특허 신청서와 사업계획서 등을 전날 오후 6시까지 받았다. 이날 롯데면세점 측은 전 코엑스 운영을 위한 신청서와 사업계획서를 관세청 측에 전달했다. 반면 유력한 경쟁업체로 거론돼 온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참여하지 않았다.

■악재 속 불참 2, 3위 업체들 기존 매장 내실 키우기로

사실 이번 롯데면세점의 단독 입찰은 업계 안팎에서 예상이 된 상황이었다.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의 9월 기준 매출은 533억 원으로, 신규면세점인 용산 HDC신라면세점(831억 원)과 두타면세점(541억 원)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누적 매출도 1625억 원에 그쳤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도 최근 실적이 저조했던 요인으로 지목된다. 또 내년에는 인근에 신세계면세점 센트럴시티점과 무역센터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개장이 예정돼 있어 코엑스 시내 면세점의 큰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도 제기됐다.

앞서 업계에서는 2, 3위 사업자인 신라와 신세계 모두 상황이 어려운 사업장을 인수하는 대신 1위 사업자이자 기존 사업장 운영자인 롯데면세점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불확정 요소에 모험을 하느니 기존 사업장에 주력하며 내실을 다지자는 게 낫다는 이야기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고심했지만 코엑스 시내면세점 입찰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도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이 다시 사업권을 따는 건 식은 죽 먹기”라며 “오히려 다시 확보한 사업장에서 수익을 내는 게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롯데면세점이 단독 입찰에 나선 만큼 남은 변수는 새로 적용될 심사과정이지만, 단독 입찰인 만큼 롯데는 기준 점수만 넘으면 특허권을 획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정부가 새로 발표한 1차 면세점 제도 개선안에 따르면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특허심사위원회가 ▲특허보세구역관리역량 ▲운영인의 경영능력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기업활동 ▲관광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를 채점해 평균 점수 600점 이상인 사업자 중 상위 1개 업체에 특허권을 준다. 선정된 업체는 통보 후 12개월 내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만약 특허신청업체들의 평균점수가 동일한 경우 평가 기준표의 4개 대분류 평가항목 중 배점이 큰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업자를 선정한다. 이번의 경우 단독 접수한 롯데는 기준 점수만 넘으면 특허권을 획득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세관장으로부터 사전승인 결과를 통보 받은 업체는 12개월 이내 영업을 개시해야 한다.

■업계 1위의 악재 호재로 바꿀 묘수풀이에 관심 증폭

이런 가운데 이날 롯데 측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면세점사업을 철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실적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4366억 원, 276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한중 관계 개선 분위기의 여파로 지난 2분기 298억 원 영업적자에서 1분기만에 흑자로 전환된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의 올해 3분기 시내점 영업이익은 851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인천공항점은 470억 원, 해외점 105억 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인천공항점의 적자는 앞으로 더욱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제2여객터미널(T2) 개항으로 기존 여객수 감소와 시내 면세점 증가 등으로 인천공항점 운영 손실액이 점차 커질 수 밖에 없어 임대료 인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면세점 운영사업권 반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이런 상반된 태도를 두고 면세점 업계는 경쟁 업체가 모두 발을 빼는 악조건을 면세점 업계 1위 업체가 어떻게 호재로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는 반응이다. 이에 롯데는 코엑스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할 경우 국내 최대 매장인 월드타워점과 연계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증대 등 시너지 효과로 맞서겠다는 계획이다. 또 한중 양국 관계개선 합의에 따른 사드 보복 완화도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월드타워점의 경우 명품 등을 앞세워 럭셔리가 주력이라면 코엑스점은 인근 호텔과 카지노 이용 고객을 겨냥해 시계 보석 등의 품목을 특화한 매장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