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뼈깎는 구조조정 끝에 극복
- 경상수지 흑자·외환보유액 증가
- 국가 신용등급도 껑충 뛰어올라

- 큰 폭으로 늘어난 비정규직
- 심화된 양극화 해소는 과제로

‘경제신탁통치’ ‘경제 국치’.

1997년 11월 21일. 국내외 언론은 세계 11위 경제 대국이던 대한민국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을 이렇게 표현했다. 외화 보유액이 390억 달러에 불과했던 한국은 IMF에 손을 벌렸고, 대한민국은 뿌리째 흔들렸다. IMF는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앞세워 긴축 재정, 고금리, 구조조정 등을 요구했다. 당시 30대 그룹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사라지면서 대규모 실업사태가 이어졌다.
■금 모으기가 만든 기적

20년이 지난 2017년. 한국 경제의 거시 지표는 맑음이다. 1997년 말 204억 달러였던 외화 보유액은 지난 10월 말 현재 3845억 달러로 18.8배가 됐다. 이는 세계 9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보유외환 대비 1년 미만 단기외채 비중은 286.1%에서 30.8%(6월 현재)로 낮아졌다.

1997년 말 376.31이던 코스피 지수는 2527.67(20일 현재)로 6.7배가 됐다. 경상수지도 1997년 102억9000만 달러 적자에서 올해 1~9월 933억8000만 달러 흑자로 뛰어올랐다. 외환위기 당시 ‘투기등급’이던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국가 신용등급이 현재는 8단계 또는 11단계 상승했다. 3개사 등급 모두 일본보다 2단계 높다. 3대 경제주체인 가계·기업·정부가 힘을 모아 만든 기적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삼성전자를 비롯해 외환위기라는 차디찬 겨울을 이겨낸 기업 중 일부는 생존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글로벌 제조업체 가운데 애플을 제치고 영업이익 1위 자리에 올랐다. 이외도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렇다고 한국 기업들의 앞길이 장밋빛은 아니다. 글로벌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중국이 한국산 제품을 대거 수입하면서 국내에 대형 기업이 많았지만 지금은 돈을 버는 기업이 반도체·전자업체 몇 곳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최근에는 원화·금리·유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는 ‘신3고’ 시대로 접어들었다.

■저성장·양극화 벽 넘자

통계청에 따르면 1996년 43.2%이던 비정규직 비율은 외환위기를 거치며 1997년 45.7%, 1998년 46.9%, 1999년 51.6%, 2000년 52.1%로 치솟았다. 이후 2008년 금융위기 등으로 40%대를 웃돌던 비정규직 비율은 점차 하향세를 보여 지난 8월 기준 32.9%로 집계됐다. 그러나 여전히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며,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평생직장 개념도 사라졌다. 양극화는 더 큰 문제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를 보면 외환위기 이후 20세 이상 인구 중 최상위 10% 소득집단의 소득 비중은 1999년 32.9%에서 2015년 48.5%로 치솟았다. 반면 2015년 1000만 원 이하 소득자는 전체 소득자의 38.4%, 2000만 원 이하는 59.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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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