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상공인 “근절 위해 전권 이양”
- 재계 “소송 남발 땐 경기 후퇴”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른바 ‘갑을관계’를 개선하겠다며 가맹 분야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조사권을 나누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조사 권한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지자체에 조사 권한을 대폭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소송이 남발되면서 지역 경기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재계의 반론도 만만찮다.

14일 공정위에 따르면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법 집행 체계 개선 태스크포스(TF)’는 가맹법과 관련한 조사 권한을 지자체가 갖거나 일부만 분담하는 두 가지 안을 내놨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종사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면 지자체가 조사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를 허용하면 소송이 이어져 중소 프랜차이즈 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지적이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지자체가 가맹법 전체에 대한 위반 행위가 아니라 과태료를 부과하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부분에 대해서만 조사와 처분을 담당하는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 지자체는 ▷가맹금 예치 의무 위반 ▷정보공개서 등 제공 전 가맹금 수령 또는 가맹계약 체결 ▷가맹점 피해보상보험계약 체결 시 거짓 자료 제출 등 6개 항목에 대해서만 조사하게 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지자체가 단순히 과태료를 물리는 수준에 그치면 기대했던 갑을관계 개선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업무의 경중을 따져 지자체와 공정위의 역할을 나누는 것은, 지방자치를 강화하겠다는 현 정부 기조와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가맹점주들은 모든 위법 행위에 대해 부산시 등 지자체에서 과태료를 매기거나 시정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갑질 피해에 대해 신속하게 조사하지 못했다. 부산에 공정위 사무소가 있지만, 직원이 21명에 불과한 데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을 담당해 업무처리가 늦었다. 부산시에 의하면 지역 가맹점은 1만2061곳, 종사자가 4만7312명에 달한다.

해당 지자체가 가맹분야에 대한 조사권을 얻게 되면 비교적 신속하게 나설 수 있다. 공정위는 지자체의 시정 권고에 대해 해당 업체가 응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내린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김영석 사무처장은 “지역에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의 불공정행위로 고통받고 있는 소상공인이 많지만 하소연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공정위는 상인들에게 너무 먼 곳이다. 비교적 딱한 사정을 잘 아는 지자체에서 조사 권한을 가져야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여야는 공정위가 제출한 두 가지 안 중에서 선택해 법안을 만들 계획이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