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모레, 중동·유럽·미주 공략
- LG생활건강, 대만 등 판촉 강화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리스크가 한중 관계 개선으로 해빙 모드를 맞았지만, 신시장을 개척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탈(脫)중국’ 기조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됐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사드 보복 완화와 상관없이 해외 매출 다변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5일 재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외교부가 양국 관계 개선에 합의한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사드 피해’ 기업들은 동남아 주요 국가들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하거나 비중화권에서 새로운 매장을 여는 등 신시장 개척에 총력을 쏟고 있다.

‘포스트 차이나’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롯데다. 사드 보복에 따른 롯데그룹 계열사의 전체 피해 규모는 무려 2조 원 안팎에 달한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일 베트남 다낭국제공항에 ‘동남아 3호점’을 열었다. 연 매출은 30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롯데면세점은 사드 보복이 한창이던 지난 6월 국내 면세업계 최초로 태국 방콕에 시내 면세점을 오픈했다. 그 이후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도 진출했다. 롯데면세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298억 원 적자를 냈다.

중국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는 롯데마트도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때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점포 수를 현재 58개에서 2020년 169개로 3배가량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롯데마트는 “중국 시장 철수 계획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관련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3일 중동과 서유럽 등 신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를 본격적으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올해 말 두바이에 ‘에뛰드하우스’ 1호점을 연다. 미주 시장에서도 라네즈와 이니스프리의 유통망을 확대하기로 했다. LG생활건강은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등지에서 자사의 화장품 브랜드 판매망을 늘릴 계획이다.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사드 보복’에 따른 학습 효과와 무관치 않다.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체질이 사드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돼 온 만큼, 제2의 ‘경제 보복’을 겪지 않기 위해 시장 다변화를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석주 기자

◇ 롯데마트 동남아 매장 출점 계획 구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합계 2017년 44  14 58 2018년  55  27 82 2019년  67  55  122 2020년 82 87  169 ※자료 : 롯데마트, 개. 2018년 이후는 목표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