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4조4000억 원대 차명계좌의 이자·배당 소득에 90%의 세율이 적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에서 확인된 차명계좌를 실명계좌로 전환하지 않고 돈을 되찾아가면서 세금과 과징금 등을 회피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  |
| 3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검찰·국세청·금융감독원의 수사나 조사 결과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임이 확인되면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비실명 재산으로 보고 이자 및 배당소득에 원천징수세율 90%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느냐”고 질의하자 최 위원장은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일반적인 은행 이자와 주식 배당소득에 붙는 세금은 15.4%이지만,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5조는 실명에 의하지 않고 거래한 금융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및 배당소득에는 소득세 원천징수세율을 90%(지방소득세 포함하면 99%)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추가로 납부해야 할 소득세 규모는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위는 기존에는 차명계좌라도 명의인의 실명계좌에 든 자산은 실명 재산이라고 포괄적으로 해석해왔지만, 앞으로는 수사당국 수사나 금감원 검사, 국세청 세무조사 등 공적 기관에서 차명계좌로 확인된 경우 비실명 재산으로 유권해석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후적, 객관적 증거에 의해 금융기관이 차명계좌임을 알 수 있는 경우(검찰수사, 국세청 조사, 및 금감원 검사에 의해 밝혀진 차명계좌)에는 금융실명법 5조의 차등과세 대상”이라며 “이에 대해 과세당국이 유권해석을 요청하면 차등과세 대상임을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