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락에 빠진 이들 재기할 기회
- 도덕적 해이 최소화하면서 추진”
- 채무자 수준별 맞춤형 대책
- 대출금리 상승 점검도 시사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 대책에 대해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채무 재조정이나 채권 소각까지 포함하는 대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연(왼쪽 세 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3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가계부채 대책 마련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김 부총리는 23일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주재한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가 나올 수 있지만, 정부는 그와 같은 점을 최소화하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성실하게 빚을 갚는 분들에게 인센티브도 고려하겠지만 단기적인 어려움으로 나락에 빠진 이들에게도 다시 기회를 드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부총리는 “그런 분들(취약 차주 등)이 어려움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을 하는 게 결국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정부 가계부채 종합 대책이 총량 면에서 국가 전체의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것과 서민과 취약 계층 대책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의 시스템 위기로까지는 가고 있지 않지만 증가 속도, 국내총생산(GDP)이나 전체 가처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지면서 가장 큰 리스크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간담회에 앞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한 채무자를 상담한 김 부총리는 “일일 상담사 역할을 하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것을 느꼈다. 과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렵게 살았던 적이 있는데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열한 살 때 부친을 여의었는데 홀어머니가 4형제를 키우느라 빚을 많이 졌고 나중에 채무 관련 기록(빚잔치 기록)을 보고 어머니가 얼마나 빚이 싫었을까 생각했다면서 이런 얘기를 이날 상담받으러 온 채무자에게 들려줬더니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김 부총리는 “(채무자가) 딸과 둘이 사는데, 여기(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오는 것을 마지막 기회로 여겼고 여기서 안 되면 안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마음도 먹었다고 털어놓더라”며 빚 때문에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들이 망설임 없이 얘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부총리는 이어 “서민·취약계층이 손쉽게 금융 상담을 이용하도록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를 연말까지 전국 42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그는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는 (대출을) 잘 갚는 문제 없는 차주부터 정말 어려운 차주까지 범주화해 그에 따라 세세하게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혀 채무자 수준별로 맞춤형 대책을 내놓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 부총리는 또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에 가계부채와 관련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서민, 취약계층이 상담을 받더라도 쉽게 파악하기 어렵고 복잡한 부분이 있다. 그들이 상담사를 손쉽게 만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김 부총리는 대출금리 상승을 점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내일 (발표할) 대책에 있다”고 답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