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A 개정협상·세이프가드 등
- 트럼프 행정부 공세 중단 촉구

갈수록 거세지는 미국 정부의 통상압력에 맞서 한국과 미국의 경제계가 ‘자유무역협정(FTA) 사수’ 등을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선다. 특히 미국 상공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FTA가 폐기되면 한미 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한국을 향한 공세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미국 상공회의소는 10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제29차 한미재계회의를 열어 한미 FTA 개정 협상 착수와 반덤핑·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등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통상압력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한국 위원장)과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 대표단,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 상의 수석부회장 등 양국의 통상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전경련 엄치성 국제협력실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공세가 잇따르고 있어 주요 미국 투자기업과 전·현직 통상관료 등 민관을 망라해 한국 대표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회의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서를 통해 “미국의 무역적자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한미 FTA 때문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거시 경제적인 문제에 기인한다”며 “양국 정부는 한미 동맹의 근간이 되는 FTA 협정을 보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FTA 협정이 폐기되면 미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고용이 축소되는 등 트럼프 행정부가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투자로 창출된 미국 내 신규 일자리 수는 한미 FTA 발효 이전인 2011년 3만6000명에서 2014년 4만7000명으로 30% 늘었다.

FTA가 개정되거나 폐기되면 이러한 고용 창출 효과가 사라져 오히려 미국 경제가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게 양국 경제계의 ‘경고’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이날 “양국 간 FTA가 애초 약속한 협정대로 이행될 경우 미국은 한국보다 더 큰 수출 증가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업 관세만 100% 없애도 미국의 대한국 수출과 한국의 대미 수출은 각각 379억9000만 달러와 156억3000만 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양국 경제계는 한미 FTA 문제뿐 아니라 발동 가능성이 커진 세이프가드 등을 막기 위해 과거 어느 때보다 협력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한국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삼성·LG전자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 검토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5일 발표한 ‘미국 산업 피해’ 판정이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반박할 논리를 찾는 데 주력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