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수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년 만에 9%대로 추락했다. 자국 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탓에 자동차와 휴대전화 같은 한국의 수출 효자 종목이 현지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미국에 본사를 둔 신흥국 경제정보 제공업체 ‘CEIC’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 수입액에서 한국의 수출품이 차지한 비중은 9.4%에 그쳤다. 이 비율은 2012년 9.3%, 2013년 9.4%, 2014년 9.7%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2015년(10.4%)과 지난해(10.0%)에는 2년 연속 1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8개월간 점유율이 이미 급락한 상황이어서 연말까지 10%대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 내 한국 제품의 점유율이 곤두박질친 것은 지난 3월부터 본격화된 ‘사드 보복’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체 조달을 늘리는 방식으로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중국의 산업정책 변화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현지 업체들이 뛰어난 가격 대비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고공 성장을 하면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오포’는 자국 휴대전화 시장에서의 점유율 순위가 지난해 1분기 6위에서 올해 2분기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순위는 4위에서 6위로 떨어졌다. 자동차 업종에서도 중국은 8년 연속 글로벌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지 업체들은 이를 발판으로 전기차 개발 등에 총력을 쏟고 있다.

재계에서는 ‘사드 리스크’가 해소된다고 해도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은 쉽게 회복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