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암센터·고려대의료원
- KT.SKT와 ‘AI병원’ 업무협약
- 이대목동병원 등 대형병원들도
- ICT업체와 융합 최첨단화 속도

- 365mc - 마이크로 소프트사
- 인공지능 지방흡입기술 개발
- 의사 시술 실수 땐 중단 권고도
- 지능형 맞춤 치료법 진화할 듯

의사가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스피커에 환자의 이름을 말하자 병명과 치료 전력 등의 정보가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난다. 환자의 유전체 정보와 진료 기록 등을 분석한 플랫폼은 해당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한다. 의료 관련 로봇이 의사의 동작을 면밀히 분석해 ‘바람직한 수술’과 ‘잘못된 수술’을 구분해준다. 경우에 따라서는 로봇이 직접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지금은 상상밖에 할 수 없지만 조만간 펼쳐지게 될 의료 현장의 모습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제는 의료계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국내외 IT 및 이동통신 업체들은 사물인터넷(IoT)과 AI 등 자사의 ICT를 앞세워 의료계와 손을 잡고 관련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 VR로 환자 심리상태까지 분석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된 ‘2017 로보월드’에서는 전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 산업 및 가정용 로봇들 사이에서 일부 의료용 로봇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스스로 작동하며 마네킹 팔에 주사를 놓거나 치석을 제거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물론 상용화된 로봇은 아니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업체 관계자는 “의료용 로봇의 상용화 시기가 앞당겨지거나 늦춰지는 것은 로봇을 어떤 의료 분야에 적용하는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결국 시간 문제일뿐 ‘AI 병원’과 같은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될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의료 정보와 지식 등이 부족한 ICT 기업 입장에서는 의료계와의 합종연횡이 필수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외 ICT 업체들이 병원 및 의료기관 등과 업무협약을 맺는 일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가상현실(VR) 시스템을 활용한 정신건강 관리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5일 강남세브란스병원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VR로 심리 상태를 분석하는 진단 키트와 의자를 만들고, 심리 평가와 교육.훈련 과정을 아우르는 VR 정신건강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개발한다는 게 삼성전자의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상용화 시기를 내년으로 잡았다.

한글과 컴퓨터그룹도 지난 20일 이대목동병원과 협약을 맺고 ▷치매 환자와 고령자의 특성을 고려한 로봇 의료기기 ▷AI 기술을 활용한 치매 특화형 플랫폼 등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은 ‘AI 병원’을 만들기 위해 지난 5월 고려대의료원과 MOU를 체결했다. 이 병원이 구축되면 의사가 진료 차트를 음성으로 작성하거나 360도 VR을 통해 수술 상황을 환자의 가족과 공유하는 게 가능해진다. KT는 지난 5월 국립암센터와 업무협약을 하고 정밀의료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환자의 임상 정보와 생활 습관 등을 통합 분석한 뒤 환자 특성에 맞는 진단과 치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 의사에게 “수술 중단” 경고음도

해외 업체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국내 지방흡입 전문 의료기관 ‘365mc’와 공동으로 개발한 ‘메일 시스템’(MAIL System)을 지난 15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 시스템은 수술을 진행 중인 의사의 시술 행위가 사전에 저장된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오차 범위에서 벗어나면 경고음과 함께 수술 중단을 권고한다.

이와 반대로 수술 결과가 좋았던 때의 데이터와 비슷한 시술이 진행되면 “그대로 진행하셔도 좋습니다”라는 기계음을 통해 안전한 수술을 유도한다. MS 한국지사 관계자는 “메일 시스템은 AI가 단순히 데이터 분석을 넘어 인간의 행위.동작을 분석하는 데에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의료기술 개발 현황]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