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지더샵 290세대 전부 내국인
- 서부산 분양마다 되풀이 가능성

“외국인 특별공급에 외국인이 없다.”

최근 분양한 부산 강서구 ‘명지 더샵 퍼스트월드’ 아파트의 특별공급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경제자유구역법은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경제자유구역에서 분양하는 공동주택 일부를 외국인 투자기업 임직원에게 공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포스코건설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포함된 명지더샵 가운데 10%인 290세대를 특별공급했다. 문제는 당첨자 가운데 외국 국적자가 드물다는 점이다. 26일 취재진이 명지 더샵 특별분양 당첨자 명단을 분석했더니 외국인 이름은 하나도 없었다.

당첨자 대부분은 외국인 투자기업에서 일하는 내국인 종사자들로 추정된다. 한 공인중개사는 “특별분양 신청자 대부분은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일하는 내국인들이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외국인 특별공급이 ‘르노삼성 특별공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외국인 투자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본사에서 파견한 소수에 불과하다. 그들 대부분은 2~5년 일하다가 돌아가기 때문에 아파트를 거의 분양받지 않는다. 결국 외국인 특별분양을 외국인 투자기업에서 일하는 내국인이 독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 외국인 투자기업 종사자에 특별공급한 물량은 2020세대이다. 강서구에는 870세대 규모의 외국인 전용 임대 아파트도 있다. 강서구에 등록된 외국인 5300여 명 가운데 대부분이 국내 중소기업이나 농장에서 일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외국인이 특별분양 받은 물량은 드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문제는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명지신도시를 비롯한 서부산에 주택 공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도 부산과 비슷한 고민을 겪었다. 인천시는 지난 2007년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분양한 외국인 특별공급 아파트를 외국인 투자기업에 종사하는 내국인들이 독점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당시 인천시의회도 “외국인 특별공급은 외국인의 정주 여건 조성을 목적으로 한 것인데 오히려 내국인이 아파트를 싹쓸이해 시세차익을 남기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다른 특별공급과 일반 분양 신청자는 상실감을 토로했다.녹산산업단지에 일하는 김모(38) 씨는 “명지더샵의 일반 분양은 139.4 대 1의 경쟁률이었는데 외국인 특별분양 3 대 1이 채 안 됐다고 하더라. 외국계 대기업에 근무하는 내국인이 장애인이나 신혼부부보다 더 많은 배려를 받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분양 물량을 조정하거나 외국인만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