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국무회의를 통과되지도 않은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의 잣대를 들이대 제주 어민의 조업을 허용하고 부산 어민에게는 수십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행정처분을 내릴 것으로 알려져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24일 해수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동·서·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에서는 지난 7월 한 달간 갈치 금어기로 설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 기간 제주지역 연승어민들은 북위 33도 이남 해역에서 갈치 조업에 나섰고, 비슷한 시기 부산지역 대형선망 어선들도 부산 앞바다에서 갈치 조업을 했다.

앞서 해수부는 지난 4월 한일어업협정 지연으로 피해를 보는 제주 어민을 위해 ‘7월 갈치의 포획 금지기간을 북위 33도 이북 해역에 적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국무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북위 33도 이남 해역에는 금어기를 해제한다는 것으로, 현재 이 개정안은 지난달 28일 다시 입법예고됐다.

해수부는 더불어민주당 위성곤(제주 서귀포) 의원이 제주 연승어민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자 국무회의를 통과하지도 않은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된 것으로 간주, 제주 어민에게는 혜택을 부여했다. 반면 부산 앞바다에서 갈치 조업을 하던 12개 부산지역 대형선망 선단을 금어기 조업 혐의로 적발해 현재 행정처분(20일 조업 정지)을 앞두고 있다. 만일 확정되면 선사당 수억 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북위 33도 이남에는 한일중간수역이 있다. 한국이 금어기일 때 일본 어선은 조업이 가능해 형평성을 고려해 이같이 개정하게 됐다”면서 “금어기 적용을 받지 않으려면 대형선망 등 어느 업종이든 여기서 조업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형선망 선사 관계자는 “해수부가 통과되지도 않은 시행령으로 이중잣대를 들이대면 누가 해수부의 정책을 믿고 따르겠느냐”고 분통을 퍼뜨렸다. 그는 “북위 33도 이남 해역은 너무 멀어 조업에 나서기 어려운 데다 만일 가게 된다면 제주 연승어민이 강하게 반발할 게 불을 보듯 뻔해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공동어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제주 어민이 과도한 어획으로 어가가 하락해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자 해수부 고위 관계자 등이 불법 조업물에 대해 소비촉진운동까지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 전문가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부산 의원이 한 명도 없는 데다 수산에 관심 있는 의원조차 없다. 수산과 관련해 정치적 힘의 논리에 부산이 완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