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호주, 수조 원 경제적 피해
- 컨테이너 통해 국내 상륙 가능성
- 항만 방역·검역 강화 서둘러야

맹독성을 지녀 사망에 이르게 하는 붉은 불개미가 일본 항만에 유입돼 현지에서 방역 비상이 걸린 가운데 국내 컨테이너 화물의 75%를 처리하는 부산항도 이에 대한 방역체체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미국과 중국 호주 등지에선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대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검역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21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 광동성 난샤향에서 출발해 일본 고베항에 도착한 컨테이너에서 특정 외래생물인 붉은 불개미가 처음 발견됐다. 일본 정부는 붉은 불개미의 원산지와 정착국을 오가는 항로에 있는 68개 항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베항을 비롯 나고야항, 오사카항, 도쿄항, 오카야마항에서 붉은 불개미가 확인됐다.

붉은 불개미는 남미 중부지역이 원산지로 현재 미국 호주 등 환태평양 14개국에 유입돼 정착하고 있다. 맹독성을 지녀 독침에 쏘이면 사망에 이르기도 해 ‘세계 악성 침입외래종 100대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일본생태계학회에 따르면 붉은 불개미는 개체 밀도가 높기 때문에 분포지역 주민 중 30% 정도가 물릴 수 있다. 중국 광동성 일대에선 2005년부터 붉은 불개미가 급증해 사람과 가축을 공격하고 곡식을 먹어치워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생태계를 파괴해 농가와 축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전기설비에 침입해 공장이나 전력설비, 공항, 항만 등에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미국에서는 매년 6조7000억 원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호주에서도 2011년 유입이 확인된 이후 지금까지 307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항에서는 현재 원목을 대상으로 방역을 실시하고 있지만 컨테이너의 경우 하역 후 방역은 이뤄지지 않고 외관검사만 하고 있다. 빈 컨테이너일 때도 목재 부스러기 등 각종 쓰레기가 남은 경우 아무런 검사나 방역 없이 그대로 장치장에 쌓아두거나 트레일러에 실려 외부로 반출되고 있다. 여기에 항만을 벗어난 지역을 담당하는 환경부는 아직 붉은 불개미를 관리병해충으로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제에 한계가 있다. 항만 안에서나 밖에서나 사실상 방역에 구멍이 뚫려 있는 셈이다.

KMI 관계자는 “검역법을 재검토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의 연계 네트워크를 강화해 유해 외래생물에 대한 정보 수집 강화, 주체별 행동지침 명시, 방역 범위 확대 등의 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항만 내 유해 외래생물을 발견했을 때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는 물론 국토교통부도 공조하는 대응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흥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