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롄그룹과 매매 협상은 무산
- 제과·음료 묶어 통매각 가능성

중국 사업 철수에 나선 롯데마트가 현지에 있는 자사의 전체 매장 112개를 애초 매입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매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매수를 타진 중인 기업들이 사실상 헐값에 팔 것을 요구하는 데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매출이 급감한 롯데마트의 경영 리스크를 협상에 이용하려는 기류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현재 롯데마트는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를 통해 태국의 유통기업인 CP그룹 등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롯데마트를 장부가보다 30% 이상 싼 가격에 팔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리스크에 휩싸인 중국 롯데마트의 기업 가치가 하락했다는 이유에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매수 의사를 밝힌 기업들이 ‘장부가만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롯데마트가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올해 2분기 중국 롯데마트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2840억 원) 대비 10분의 1도 안 되는 210억 원에 그쳤다. 이에 앞서 롯데마트는 중국의 최대 유통기업인 화롄그룹과도 매각을 타진했지만 화롄 측이 사드 보복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를 우려해 결국 무산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롯데가 롯데제과나 롯데칠성 등 중국 내 유통 관련 다른 계열사까지 한꺼번에 묶어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하면 이들 계열사 역시 판로를 잃게 돼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또 롯데마트의 점포 매각 작업이 3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동안 가능성으로 거론돼 온 ‘연 1조 원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마트는 중국 사업을 최대한 빨리 정리한 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를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45개 매장)와 베트남(13개)에서의 롯데마트 매출 합계는 1조4000억 원으로, 중국 롯데마트(1조1000억 원)보다 많았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