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 판매량이 지난달에도 40% 가까이 급감하며 현지 당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에서는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한 롯데마트처럼 현대·기아차 역시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국 판매량이 지난해 8월(12만4116대)보다 38.8% 줄어든 7만6010대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7월(37.0%)과 비교해 감소율이 2%포인트 가까이 더 확대된 셈이다. 업체별로는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이 지난해 8월 8만2025대에서 올해 8월 5만3008대로 35.4%, 같은 기간 기아차는 4만2091대에서 2만3002대로 45.4% 급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 미국 시장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1년 전보다 각각 24.6%와 1.7% 줄었다. 글로벌 시장인 ‘빅2’ 국가에서 유례없는 부진에 빠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재계에서는 대중국 판매와 관련한 현대·기아차의 전략 수정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사드 보복의 장기화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데다 중국 내 합작 회사와의 갈등설까지 불거진 상황이어서 구조조정이나 최악의 경우 사업 철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다만 현대·기아차는 중국 사업 철수와 합자 파기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제1의 수출 시장(중국)을 떠날 가능성은 제로”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 시장 생존을 위해 사업 구조조정 등 변화를 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