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십 공백 장기화 불가피
- 현 전문 경영인 비상체제 연장

- M&A·대규모 투자 위기 대비
- 새 경영 시스템 마련 주목

- 외국인 주주 지분율 50%대
- 외국자본 경영권 간섭 노골화
- 해외 투기세력 공세 우려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이 그룹 전반의 경영 체제를 어떤 형태로 전환할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 측 항소에 따른 2심 재판 등을 고려할 때 리더십 공백의 장기화가 불가피한 만큼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이 강화되거나 새로운 조직이 구성되는 등 지금까지의 ‘비상체제’와 차원이 다른 대대적 변화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합그래픽 이미지

■ 이재용 ‘옥중 경영’ 강화 가능성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맏형’ 격인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이후 권오현 DS(디지털솔루션) 부문장과 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장, 신종균 IM(인터넷·모바일) 부문장 등 3명의 대표이사가 각 사업을 총괄하고 이 부회장이 ‘옥중 경영’을 하는 형태로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등기 임원인 13명의 사장이 각 부문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한다. 5명의 사외이사도 포진돼 있다. 삼성이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지난 25일까지 큰 문제 없이 각종 사업을 추진한 것도 전문 경영인 중심의 이러한 경영 시스템 덕분이다.

문제는 리더십 공백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게 확실하다는 점이다. ‘비상체제’가 이 부회장의 무죄나 집행유예를 토대로 꾸려진 것이었지만, 앞으로는 이보다 더 강력한 경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이 좀 더 강화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간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와 경기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 등 구속수감 이후에도 경영에 일부 관여해 왔다. 이 같은 간접 경영의 범위 등이 지금보다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전망이다.

하지만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 부회장이 2심 재판을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데다 수감 중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제한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부회장의 옥중 경영이 강화되더라도 리더십 공백을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럴 경우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 등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삼성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대형 사업들은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 제2 미전실 구성 관측도

과거 미전실과 같은 그룹의 총괄 조직이 삼성 내에 다시 구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전문 경영인 중심의 비상체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룹의 ‘운명’과 연관된 주요 의사결정은 총수가 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 입장에서는 총수 기능을 대행하기 위한 비상 조직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조직이 생긴다면 ‘제2의 미전실 ’ 논란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영권 간섭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이 부회장 등 삼성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20% 수준이다. 반면 삼성전자 외국인 주주의 지분율은 사모펀드(PEF)와 자산운용사 등을 포함해 5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리더십 공백도 장기화된 만큼 해외 투기 세력의 공세가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최악의 경우 이들 외국인 주주가 이 부회장의 유죄를 빌미로 이사진 교체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