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부터 출하되는 계란 안전
- 샘플 수거 문제된 농장 재검사
- 부적합 물량은 전량 회수·폐기”
- 김천·철원 등 일부 영세농가
- 난각 표시 없거나 엉터리 확인
- 농식품부 안전성 확보 분주
- ‘이력추적시스템’ 조기 도입
- 동물 복지농장 확대 목소리 커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 전체 산란계 농장의 약 4%에 달하는 49개 농가의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소비자가 계란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정보인 난각(계란 껍데기)코드가 없거나 엉터리로 표기된 사례도 나타나 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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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쾌적한 양산 산란계 농장살충제 계란 파동 속에서도 경남 양산 소재 25개 산란계 농장 및 농가에서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이 한 곳도 없다고 양산시가 18일 밝혔다. 사진은 쾌적한 채광시설과 천장 개폐식 장치를 갖춘 경남 양산지역 한 산란계 농장. 양산시 제공 |
■ 난각코드 믿을 수 있나
18일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 살충제가 검출된 49개 농장의 계란은 전량 회수·폐기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그 외 살충제 성분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산란계 농장의 계란 출하를 즉시 허용했다. 허용된 물량은 전체 공급물량의 95.7%를 차지한다.
이날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어제는 평상시 공급량의 30% 정도, 오늘은 50% 이상이 유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오늘부터 출하되는 모든 계란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유해 계란 여부를 판단할 유일한 기준인 난각코드가 없거나 틀린 계란들이 나와 소비자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농식품부 전수조사 결과, 추가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 한 곳의 계란에 난각코드가 없었다. 경북 김천시 개령면에서 5000마리 정도의 닭을 키우는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해당 농가의 경우 난각코드를 찍는 기계를 갖추지 않아 별도 생산자명이 표기돼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행 법령상 계란 껍데기에는 생산지역과 생산자명 등을 구분할 수 있는 난각코드가 찍혀 있어야 하지만 일부 영세한 농가에서는 비용 추가부담을 꺼려 표시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각코드가 규정과 다르게 표기된 사례도 확인됐다. 비펜트린이 기준치의 11배 수준인 0.11㎎/㎏나 검출된 강원도 철원군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은 난각코드가 ‘08LNB’였다. 강원도 농가는 ‘09’가 찍혀야 하지만 경기도 부호인 ‘08’이 찍힌 것이다.
또 일부 중간 유통상은 계란을 쌓아놨다가 가격이 오르는 시점에 판매하기 위해 난각코드를 임의로 찍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난각코드가 찍히지 않은 ‘살충제 계란’이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정부는 또 샘플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모든 농장에 재검사를 하기로 했다.
■ 뒤늦은 안전관리 대책
정부는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를 계기로 국내산 및 수입 계란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2019년부터 축산물 이력제를 닭고기와 계란에도 적용하기로 했지만 더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생산단계에서부터 유통·소비단계에 이르기까지 그 경로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이력추적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생산자는 물론 중간 유통상까지 바로 파악해 대응할 수 있지만, 계란의 경우는 그런 시스템이 아직 없다. 그래서 지난 14일 살충제 계란이 확인되기 시작한 이후 해당 농가의 계란이 어디로 유통됐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고, 이미 유통된 살충제 계란을 전량 수거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려웠다. 또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게 국내산 계란의 산란일자를 표시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계란 생산단계에서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살충제 및 항생제 등 동물약품 관리 강화, 동물용 의약외품 유통 판매기록 관리 의무화, 친환경 진드기 약제 개발 보급, 잔류농약 검사 시스템 개선, 부적합 계란 사후관리 강화 등을 추진한다.
더 근본적으로 선진국형 친환경 동물 복지농장 확대, 친환경 인증제 개선 등의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프랑스처럼 케이지 사육인지 평사 사육인지 등 농장 사육환경을 표시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전반적으로 동물복지 축산 확대 등 산란계 농장의 축사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사태로 불신이 깊어진 친환경 인증제도를 손봐서 친환경 인증기관 책임 강화, 인증기관 관리·감독 강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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