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CT업계, 미래 먹거리로 주목
- 인간의 말·동작 인지기술 연구
- 정부도 민원업무 활용 팔 걷어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인간의 말이나 동작을 인지한 뒤 이에 반응하는 상업용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인간을 닮은 로봇)이 ICT(정보통신기술)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까지는 관련 기술이 개발 단계에 있거나 ‘길 안내’와 같은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맞물려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로봇의 적용 대상도 일반 가전제품뿐 아니라 자동차와 공공기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 등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다수의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LG전자가 인천국제공항에 배치한 안내 로봇(왼쪽)과 청소 로봇. LG전자 제공

■ SKT, 탁상형 AI 로봇 개발 박차

17일 ICT 업계에 따르면 현재 AI를 기반으로 한 상업용 로봇 개발은 삼성·LG전자와 SK텔레콤 등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IT 업체와 정부 부처 등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 2월 공개한 탁상형 AI 로봇. 현재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 작업이 진행 중이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인간의 말과 동작을 인식하는 탁상형 AI 로봇 상용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7’에서 이 로봇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머리 부분에 화면과 카메라가 달린 이 로봇은 사용자가 호출할 경우 소리가 나는 쪽으로 머리를 돌린다. 날씨와 지도 등의 정보를 자체적으로 검색해 화면에 띄우거나 블루투스(근거리 무선통신)로 스마트폰과 연결해 음악을 재생한다. 사용자가 로봇을 향해 손바닥을 들면, ‘그만’(stop)이라는 명령으로 인식해 음악 재생을 스스로 멈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 로봇은 우리가 추진하는 AI 사업의 차세대 주자가 될 것”이라며 “다만 상용화나 제품 출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관련 인재 확보에도 총력

	서울 현대시티아울렛의 '쇼핑봇'. 현대백화점 제공

전자업계에서는 LG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LG전자는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에 청소 로봇과 안내 로봇 5대씩을 배치하며 상업용 로봇 시범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들 로봇은 공항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용객들에게 길을 안내하거나 청소를 수행한다. 안내 로봇에는 LG전자가 독자 개발한 음성인식 플랫폼이 탑재됐다. 청소 로봇에는 공항 환경에 맞게 자율 주행과 장애물 회피 기술 등이 적용됐다. LG전자는 이번 서비스를 시작으로 상업용 로봇 사업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LG전자는 ▷로봇 시스템 엔지니어링 분야 ▷로봇 임베디드 제어 분야 ▷로봇 지능 분야 등에서 이달 말까지 경력직 인재를 채용한다. 앞서 LG전자 송대현 사장은 올해 초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 4월 ‘휴머노이드 로봇’ 디자인 특허 등록을 완료하는 등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미국의 AI 전문개발사 ‘비브랩스’를 지난해 인수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에도 AI 비서 ‘빅스비’를 탑재했다.

■ 관공서 등에 상업용 로봇 배치

민간 업체뿐 아니라 정부도 팔을 걷고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9일 ‘4차 산업혁명 대응 전자정부 협의회’를 열어 공공기관용 AI 로봇을 개발키로 방침을 정했다. 주민센터와 쇼핑몰, 아파트단지, 지하철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해당 로봇을 배치해 공무원 대신 민원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서류 발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한글과컴퓨터’도 외국인의 통역을 돕는 AI 기반 ‘쇼핑봇’(로봇 쇼핑도우미)을 이달 초 현대백화점에 공급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