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가당 조사 계란 10~20개로
- 시료 턱없이 적어 신뢰성 논란
- 농림장관 “문제 된 곳 재검사”

정부의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에 신뢰성 문제가 제기됐다. 조사 담당자가 직접 농장을 방문해 샘플을 검사한 게 아니라 농장주들에게 계란을 특정 장소에 모아두게 하고 이를 가져가 검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샘플 채취의 적정성, 신뢰성 등에서 문제가 될 수 있고 살충제 계란에 대한 정부의 조사 결과도 믿을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산란계가 아닌 육계 토종닭 등에 대한 살충제 사용 여부 전수조사 역시 전화통화 조사에 그치는 등 전수조사의 난맥상이 속속 드러났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7일 오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산 계란 살충제 안전관리대책 관련 현안보고 중 대국민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닭 농장주 A 씨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수조사를 한다길래 담당 직원이 조사 나올 줄 알았는데 직원은 오지 않고 마을 대표가 계란 한 판씩 가지고 마을회관으로 오라고 했다”며 “닭 농가에서 모아준 계란을 한 번에 싣고 가 조사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살충제를 친 농가라면 계란을 갖다 달라고 할 때 옆집에서 한 판 빌리거나 해서 다른 계란을 갖다 주지 않겠느냐”며 “이런 경우 살충제가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써도 된다는 살충제도 사용할 때 닭이나 달걀이 없는 빈 계사에 쓰는 게 원칙이지만 몇만 마리 닭을 닭장 밖으로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조사 방식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루 수십만 개의 계란을 생산하는 농장에서 고작 10~20개의 시료로 조사하는 방식이 과연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17일 현재 경남도내에서는 산란계 농장 144곳에 대해 농산물품질관리원과 축산진흥연구소가 살충제 잔류 여부를 조사했는데 농가당 계란 20개를 수거해 조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살충제 계란에 대한 현장 조사는 관련 규정에 따라 실시하고 있다”며 “검사 요령에 따라 시료 채취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이 명확한 농가의 경우 출하정지를 연장하고, 해당 농가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재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부실 조사 지적에 대해 “일부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발견됐다”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문제 이후 농장주들이 출입을 불허하는 경우가 있었고 일부 표본 수집 과정이 문제가 될 수 있어서 재검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육계와 토종닭에 대한 살충제 사용 전수조사 역시 현장 확인이 아니라 전화조사로 해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날 부산시에 따르면 계란 파동이 시작됐던 지난 15일부터 강서·해운대·사하·금정구와 기장군의 닭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살충제 사용 여부 조사가 시작됐다. 100마리 이상의 가금 농가가 우선 대상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산란계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조사와 별개로 육계와 토종닭에 조사를 시행해 살충제 계란 파문에 관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구·군은 ‘부산에는 산란계 농장이 없다’는 이유로 형식적인 확인만 하고 ‘해당 사항 없음’으로 부산시에 보냈다. 모든 기초단체는 현장 확인 없이 전화로 살충제 사용 여부를 확인했다. 한 지자체 담당자는 “농가에 전화해 살충제 사용을 문의했더니 ‘안 쓴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정현 김성룡 박호걸 기자 cj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