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시간 대기 선박 매년 증가
- “ITT 비용 문제 해결이 관건”

부산항 신항에는 선석이 21개이지만 터미널운영사는 5개나 된다. 정부가 부두 건설 때마다 운영사를 따로 선정하는 바람에 운영사가 난립하게 됐다. 이 5개 운영사들이 서로 울타리를 치는 바람에 한 터미널에 배가 몰려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데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터미널로 옮겨 화물을 내리는 게 쉽지 않다. 동북아 물류허브를 꿈꾸는 부산신항의 아픈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부산항 관리주체인 부산항만공사(BPA)와 선사들이 장시간의 대기로 인한 부두의 비효율성을 예로 들며 시정을 요구해도 운영사들은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말을 듣지 않는다.

이러한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말 부산항만공사는 신항의 5개 터미널운영사와 상호 합의해 공동선석운영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올해 1~6월 시행해본 결과 운영사의 참여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BPA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항에 입항한 선박 3273척 중 1.3%에 해당하는 43척만이 자부두 선석 및 야드 혼잡으로 인해 타 부두에 전배됐다.

부두별로 전배 선박수를 보면 1부두(PNIT) 4척, 2부두(PNC) 8척, 3부두(HJNC) 31척으로 나타났다. 3부두는 지난 4월부터 글로벌 얼라이언스가 4개에서 3개로 재편되면서 기항 터미널 조정에 따른 선석 혼잡으로, 1·2부두는 야드 장치장 혼잡으로 인해 선박의 전배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선박 전배가 4월에 34척으로 가장 많았다. 그 외 1월에 7척, 5·6월에 각 1척이었다.

터미널은 대형선 위주로 선석을 운영하기 때문에 3만ｔ급 이하 소형선이 전체 전배 선박의 57%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전배 선박이 처리한 물량은 5만3755TEU(1TEU는 6ｍ짜리 컨테이너 1개)에 불과했다.

BPA 측은 터미널운영사들이 전체 항만의 효율성보다는 각자 터미널 위주로 운영해 혼잡이 발생해도 비어있는 타 터미널 이용을 꺼려 앞으로 체선 선박수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선사들이 주말에 할증료를 받는 일본과 중국의 항만 대신 부산항으로 선박을 많이 보내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통상 체선 기준으로 잡은 12시간 이상 대기하는 선박은 2012년까지는 한 척도 없었지만 2013년에 13척이 생겼고, 2014년 34척, 2015년 86척, 2016년 100척이더니 올 상반기에는 68척으로 더 늘었다. 특히 얼라이언스 재편으로 최근 물동량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5부두(BNCT)는 향후 선석 혼잡에 따른 체선이 빈번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체선 선박이 늘어도 운영사가 선박을 전배하지 않은 이유는 ITT(부두 간 수송) 환적비용을 전배를 보내는 운영사가 부담해야 되기 때문이다. BPA 관계자는 “결국 ITT비용과 시스템의 문제이다. 현재 인접 터미널 간 울타리를 개방해 하나의 터미널처럼 운영하는 방안을 운영사들과 협의하고 있어 조만간 활성화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