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조합과 약정·미분양 해소
- HUG 연계 시공사 대출 지원

부산시가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부응하고 대규모 정비사업의 폐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공공주도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활성화에 나선다. 특히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성공적인 정비사업이 이루어지도록 해당 지역 주택의 미분양분을 시가 사들여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방침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깨끗하게 정비된 서면 뒷골목- 시민들이 31일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 디다보길을 걸으면서 친화적 공간으로 탈바꿈한 골목 주위를 보고 있다. 디다보길은 서면 뒷골목재생사업으로 조성됐다. 김성효 기자

시는 대규모 개발사업 위주에서 소규모 개발사업으로 정비사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도심의 저층 노후주거지의 재생을 위해 공공주도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활성화를 추진한다고 31일 밝혔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기존의 가로를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비사업으로 ‘미니 재건축’으로도 불린다. 도시정비기본계획 수립,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등의 과정이 생략돼 기존 재개발, 재건축에 비해 절차가 대폭 간소화된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대지의 조경이나 건축물의 높이 제한, 주차장 설치기준, 건폐율 등 규제가 완화될 뿐만 아니라 공동이용시설·주민공동시설의 용적률 상한 혜택이 부여되는 등 다양한 건축 특례가 제공된다.

가로주택정비사업 구역은 ▷4면이 도로로 둘러싸인 가로구역 ▷면적 1만㎡ 미만 ▷노후·불량 건축물 ⅔ 이상 ▷기존 주택 호수 및 세대 수 20 이상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부산에서는 조합설립인가가 난 곳이 1곳(거제1), 조합설립을 준비 중인 곳이 3곳(우암1·2, 광안1)이다.

그동안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소규모로 사업이 진행되다 보니 대기업 건설사의 참여가 턱없이 부족했다. 일부 중소 건설업체가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낮은 신용등급 등으로 인해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에 어려움을 겪어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실제 거제1구역의 경우 조합이 올해 초부터 시공사 모집에 나섰으나 3차례에 걸친 경쟁입찰이 잇따라 유찰됐고, 최근에서야 SG신성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등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시는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역의 조합과 약정을 체결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한 뒤 이를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경우 조합과 시공사 입장에서는 미분양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어 사업에 속도가 붙을 수 있고, 낮은 분양가를 책정해 조기에 분양을 완료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업무협약을 맺고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HUG의 대출 보증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업 기간이 길고 요건이 까다로운 기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공공주도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더욱 확대해 도심 노후 주거지 재생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