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脫)원전 기조에 따라 원전 해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지만 지역 산업계에 관심이 부족하다는 우려(본지 지난달 21일 자 6면 보도) 속에 기관과 업계가 관련 기술 선점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원전해체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수백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는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기술 개발을 위한 전문 기관과의 네트워크 확보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 관련 기업들의 모임인 한국원자력진흥협회는 25일 부산 사상구 플라밍고 호텔에서 원전 해체 기술 선점을 위한 세미나를 연다고 24일 밝혔다. 협회 소속 기업과 원전 해체 기술 개발을 원하는 기업 간에 클러스터를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44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원전 해체 기술 시장의 선점을 위한 준비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현재 클러스터에 가담한 지역 기업은 20개 업체다.

기존 원전에 들어가는 부품을 공급하던 지역 업체들은 최근 부각하는 원전 해체 산업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교류회를 열었다. 특히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기술의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과 부산대 연구진 등 전문가와의 연계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원전 해체 클러스터를 주도한 한국산업단지공단 최수정 부산본부장은 “유럽과 미국을 필두로 한 원전 해체 산업은 오는 2050년까지 시장 규모가 1000조 원에 달하는 ‘예정된’ 성장 산업”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원전 해체 시장은 시작단계이므로, 지역 업체의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기술 선점을 위한 행보에 나섰다. 시는 25일 부산상공회의소, 부산대학교,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초청 원전 해체 특별 세미나를 연다.

이번 세미나는 미국 원전 해체 분야 전문가인 아르곤 국립연구소 원자력에너지 본부의 전문가가 참석해 제염과 해체 교육 과정 전반을 주제로 강연한다. 아르곤 국립연구소는 제염과 해체, 미래 에너지 시스템 등 14개 분야에서 200개 이상의 연구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시는 지난달 원전 해체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 상호협력 활성화를 위해 부산시-부산대-아르곤 국립연구소 간 3자 협약 체결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이날 세미나에서는 원전해체기술연구소 부산 설립을 위한 발표와 함께 지역 기업인과 아르곤 연구소 전문가의 원전 해체 기술과 관련한 토론회도 열릴 계획이다. 민건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