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사업자의 부담이 늘어 최저임금도 못 받는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저임금 인상 못지않게 노동자에게 그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부산 동래역 마을버스 종점에서 기사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부산에서 대표적인 최저임금 미달 사업장은 마을버스이다. 61개사에 소속된 1020명의 마을버스 기사는 올해 최저임금(6470원)보다 적은 시급 6047원을 받고 있다. 17일 서병수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부산시 확대간부회의에서도 마을버스 기사의 임금이 화제가 됐다. 마을버스 노동조합의 파업 움직임을 보고받은 서 시장은 “최저임금법 위반 아니냐”고 지적했다.

마을버스 기사 임금이 최저임금 밑으로 떨어진 것은 근본적으로 적자 때문이다. 노조는 올해 시간당 임금 6750원과 최저임금 인상분 소급 지급을 요구하는 반면 사용자 단체인 마을버스조합은 현행 최저임금인 6470원을 고수 중이다. 새 임협안이 타결되지 않은 탓에 지난해 임금이 올해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오는 20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 주관으로 열리는 2차 조정회의에서도 임단협 타결에 실패하면 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할 예정이다.

반면 마을버스조합 측은 “현금 1100원(교통카드 1010원)인 요금이 2013년부터 유지돼 적자가 심각하다. 61개사 중 51개사가 적자”라고 주장했다. 또 “현행 시간당 임금 6047원을 적용했을 때 마을버스 1대의 하루 운송원가는 38만3498원인데 대당 평균 수익은 36만8793원이다. 내년 최저임금 7530원은 감당할 여력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준승 부산시 교통국장은 “당장 기사들에게 적정 임금을 보장하려면 마을버스 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대중교통 인상 부담은 승객들에게 돌아가고 물가 상승의 요인이 되므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노동청에 따르면 최저임금 위반 적발은 지난 3년간 꾸준히 늘었다. 2014년 151건에서 2015년 216건으로 늘더니 지난해 257건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10월 부산참여자치연대가 부산대 앞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180명의 임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3.2%가 최저임금 이하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부산대 권혁(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존중 가치 확대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 일부를 사회적으로 분담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자영업자 등 영세 사업자를 배려하는 정책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