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커 58% 감소, 여행수지 악화
- 면세업계·롯데마트 피해 1조 원
- 호텔·외국인 전용 카지노 한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G20 정상회의 기간 문재인 대통령이 요구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철회'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유커(중국인 관광객) 급감 등에 따른 피해액이 이미 눈덩이처럼 커진 관련 업계가 또다시 난관에 직면했다. 관광 유통 자동차 한류 등과 관련한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보복 해제'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언제 끝날지 모를 사드 보복에 맞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할 처지다.

유커 빈자리 채우는 대만 크루즈객- 지난 8일 오전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10만t급 크루즈 선박 '코스타 포츄나'(Costa Fortuna)호를 타고 입국한 대만 관광객들이 입국장을 나오고 있다. 이날 대만 크루즈 부산항 유치는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인 크루즈관광객 급감에 따른 대안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9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5월 말까지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은 84만1952명으로 전년 동기(198만9833명) 대비 57.7%나 급감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지난 3월 15일부터 방한 단체관광 상품에 대한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6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보복의 시정을 요구한 문 대통령 발언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국 측의 이 조치는 앞으로도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유커 1인당 한국 내 지출경비는 2391달러(274만 원·2015년 기준) 수준이다. 만약 올해 한국을 찾는 유커 수가 지난해(806만 명)보다 50% 줄어 403만 명으로 급감하면 이들의 국내 지출액도 같은 기간 192억7146만 달러(22조162억 원)에서 96억3573만 달러(11조81억원)로 반토막이 나게 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여행수지 적자 규모가 60억3570만 달러(6조9410억 원)인 점을 고려할 때 이 액수(11조81억 원)가 추가되면 적자액은 18조 원에 이를 수도 있다.

면세점 업계와 중국 내 롯데마트 등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기업들의 시름도 깊다. 국내 면세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 15일 이후 중국인 매출이 35%나 감소한 탓에 지난달 말까지의 누계 피해액이 3500억 원에 달한다. 한화갤러리아도 3월 중순 이후 제주를 찾는 유커가 80~90%나 곤두박질치면서 제주공항 면세점의 4, 5월 월간 매출액이 임대료에도 못 미치는 20억 원 이하로 급감했다. 이 때문에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해당 면세점의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사드 보복의 표적이 된 중국 내 롯데마트는 이날 기준 112개 전체 점포 중 87개의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그나마 영업 중인 나머지 점포의 매출도 중국인들의 불매운동 등으로 75%나 급감했다. 롯데마트가 입은 피해는 지난 3월 이후 4개월간 4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면세점 업계와 롯데마트가 입은 피해액만 지금까지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업계와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의 피해액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