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월세 언급량 전세 앞질러
- 집 장만 연관어엔 분양 대신 꿈

부산에 사는 30대 직장인 한모(34) 씨는 오는 9월 결혼을 앞두고 시름에 빠졌다. 상당수 예비 부부가 하는 '집 걱정'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신혼부부용 전세 아파트를 마련하고 싶지만, 3000만 원이 조금 넘는 연봉으로는 대출금을 꼬박꼬박 갚거나 2년마다 급증할 전세값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부산을 떠나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에 거주지를 마련하는 것은 직장 탓에 여의치 않다. 한 씨는 결국 월세 주택을 알아보기로 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셋값이 주택 매매가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하면서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꾼 채 아예 월세 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은행 대출 없이는 집을 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렌트 푸어'를 자처하는 것인데, 이는 국내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가 26일 발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분석 자료만 봐도 고스란히 알 수 있다.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2011년 블로그와 트위터 내에서의 전세와 월세 언급량은 각각 23만1509건과 14만5262건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월세 언급량(25만7400건)이 전세 언급량(25만645건)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상반기만 보면 전세(20만9270건)와 월세 언급량(23만26건) 차이가 더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블로그와 트위터, 뉴스 내 '내 집 마련' 언급량은 2015년 5만2534건에서 지난해 4만8810건으로 7.1% 줄었다.

다음소프트는 "전세·매매 가격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가 어려워진 상황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대출'과 '부담'(또는 '힘들다')을 함께 언급한 경우는 7만1847건으로 2015년(6만2177건)보다 15.6%나 늘었다. 올해 상반기 해당 언급량은 벌써 6만6401건에 달했다. 집 장만과 연관된 단어도 2015년에는 '분양'(6220건)이 1위였으나 지난해에는 '꿈'이 4236건으로 가장 많았다. '분양'(지난해 3432건)은 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며 2위로 밀려났다.

전월세 주택에 살면서 집주인의 허락 없이 거주 공간을 마음대로 변형하기 어렵게 되자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을 돌리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블로그와 트위터 내 '셀프 인테리어' 언급량은 2011년 5580건에서 지난해 2만7495건으로 5배나 급증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