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 의사·변호사 자격 취득 등
- 신용·상환능력 개선 때 요구 가능
-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시행
- 작년 금리인하 수용률 84% 달해
- 평균 1.85%P 하락·866억 절감

- 재직증명서·급여명세서 등
- 신용상태 입증 자료 제출해야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직장인 A씨는 최근 과장에서 팀장으로 승진해 대출 신청 당시보다 연봉이 크게 증가했다. 그는 은행을 방문해 재직증명서, 급여명세서 등 입증자료를 제출한 뒤 대출 금리를 3.5%에서 3.0%로 0.5%포인트 낮출 수 있었다. A씨가 이자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은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직장인뿐 아니라 자영업자, 기업도 신청할 수 있지만 금융회사의 소극적인 홍보, 고객의 인식 부족, 제도 미비 등으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작년 제2금융권 이자절감액 866억

금리인하요구권은 개인이나 기업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후 신용상태나 상환능력이 대출당시보다 크게 개선된 경우 금융회사에 대출금리(이자율)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1999년 표준 여신거래기본약관 등에 근거가 마련됐다.

이 제도는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제2금융권 금리인하수용률은 84.8%였다. 금융회사에 접수된 금리인하요구 총 7만4000건 중 6만3000건이 수용됐다. 평균 금리인하폭은 1.86%포인트였고 이에 따른 차주의 이자절감액은 연 866억 원으로 추산됐다.

신용·담보대출, 개인·기업대출 구분없이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햇살론 등 정책자금대출, 예·적금 담보대출, 보험회사의 보험계약 대출 등 미리 정해진 금리기준에 따라 취급된 상품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리인하요구권이 수용되는 조건은 금융회사별로 다르다. 각 사가 약관과 내규에 정한 바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A은행의 경우 신용등급이 1단계만 상승해도 금리인하를 수용하지만 B은행의 경우에는 신용등급이 2단계까지 상승했을 때 받아들이는 식이다.

또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에는 대출 실행 후 6개월이 지나야 하며 1년에 2회까지만 금리인하를 수용하는 등 제한을 두기도 한다.

■신용등급 상승 시 금리인하 가능

금리인하를 원하는 사람은 해당 금융회사의 영업점을 방문해 금리인하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이때 본인의 신용상태 개선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승진을 이유로 금리인하를 요구할 경우에는 재직증명서와 급여명세서 등을 제출하면 된다. 신청을 받은 금융사는 내부 기준에 따라 심사하고 보통 5∼10 영업일 내에 고객에게 금리인하 여부 및 적용금리 등 심사결과를 통보하고 있다.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은 대표적인 신용상태 개선사례는 신용등급 상승, 취업, 승진, 전문자격증 취득 등이다. 신용등급은 대출금리 결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새로운 직장을 구하거나 같은 직장 내에서 승진하는 경우, 의사·변호사·공인회계사 등 전문자격시험에 합격한 경우 등은 소득이 크게 늘어나 신용상태가 개선될 것이 확실한 사례이므로 금융사가 금리인하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자영업자나 기업의 경우에는 매출 또는 이익이 많이 증가하면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할 수 있다. 매출액 또는 순이익 증가 등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신용등급이 대출 당시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거나, 새로운 특허 취득 또는 새로운 담보 제공이 가능하다면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간 결산자료, 매출 관련 세금계산서나 기업 신용평가결과 자료 등 실적개선 입증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