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문 대통령 공약 강한 우려
- 노동계는 단계인상안 반발
- 정부 "공약 반드시 이행" 선언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노사정(노동계 경영계 정부) 논의 기구가 1일 본격 가동됐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놓고 이해 당사자 간 '기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재계는 해당 공약에 난색을 표하며 동결 또는 인상 폭 최소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노동계는 '즉시 1만 원 실현'을 요구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2차 전원회의에서 김성호(왼쪽 두 번째) 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열어 2018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 위원회는 노동계(근로자위원) 경영계(사용자위원) 정부(공익위원) 측을 대변하는 각 9명의 위원(총 27명)으로 구성된 고용부 소속 심의·의결 기구다. 1차 회의는 지난 4월 열렸다. 따라서 정권 교체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회의가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한 사실상의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관련법상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은 오는 29일까지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정 갈등은 역대 정권에서 어김없이 불거졌다. 하지만 올해는 갈등의 양상이 과거와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 중 하나가 '친(親)노동'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경영계의 반발이 이전 보수 정권 때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실제로 경총 등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 공약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공약이 실현되려면 2020년까지 매년 최저임금을 15% 이상 올려야 하는데, 이 인상률은 최근 10년(2008~2018년)간 가장 높았던 2008년 8.3%보다 배 가까이 높아 기업 입장에서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이 같은 우려는 경총이 지난달 30일 개최한 비공개 운영위원회에서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은 규모가 작은 업체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경제 상황과 소비자물가 등을 고려할 때 동결 또는 최대 5% 인상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결정된 2017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7.3%(2016년 6030원→2017년 6470원)였다.

노동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2020년까지 단계별 인상'이 아닌, 내년부터 즉시 1만 원으로 올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노총 등 노동계 위원들이 1차 회의에 이어 이날 회의에 전원 불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해당 공약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일자리 100일 계획' 중 최저임금 문제와 관련해 "시급 1만 원 달성을 위한 전담 감독관을 신설하고 법을 어기는 기업에 공공입찰 시 감점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의지와 여론 등을 고려할 때 재계가 반대 입장을 끝까지 고수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 연도별 최저임금 추이 구분  최저임금  인상률(전년 대비) 2008년  3770원  8.3% 2009년  4000원  6.1% 2010년  4110원  2.8% 2011년  4320원  5.1% 2012년  4580원  6.0% 2013년  4860원  6.1% 2014년  5210원  7.2% 2015년  5580원  7.1% 2016년  6030원  8.1% 2017년  6470원  7.3% ※자료 : 고용노동부, 시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