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류 경제학에서의 기본가정은 인간의 의사결정이 합리적이라는 전제하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생활 속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 '내가 왜 그렇게 판단하고 행동했을까?'하고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가끔 있을 것이다. 이는 인간이 완전 합리적 이기적 자제적이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행동재무학은 이처럼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관심을 가져왔던 전통경제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왜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가?' '투자자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관심을 가지는 심리학과 경제학의 만남이라 볼 수 있다.

	24일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우리 로보-알파'를 탑재한 실물 로봇을 통해 자산관리 상담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이미 시장에 반영되어 있는 주식정보를 마치 대박이나 내줄 것처럼 과신한다거나 혹은 전문펀드매니저들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늘어나는 평균연령이나 소득흐름을 보았을 때 반드시 가입해야 할 연금에 대한 가입을 미루는 등의 재무적 의사결정도 행동재무학의 관점에서 제기하는 다양한 오류의 하나이다. 따라서 보다 완성된 재무설계로 가기 위해서는 행동재무학의 대략적인 내용과 거론되는 갖가지 오류에 대한 유형을 살펴보는 것이 보다 성숙한 투자를 위해 필요할 것이다.

어떤 사안 또는 상황에 대한 엄밀한 분석에 의하기보다 제한된 정보만으로 즉흥적, 직관적으로 판단. 선택하는 의사결정 방식을 '휴리스틱'이라 한다.

휴리스틱은 '찾아내다'라는 뜻의 그리스어인 'heuriskein'이 그 어원이다. 사전적으로 아무런 정보 없이 행하는 의사결정을 의미하는 어림짐작과 미묘한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동일시된다. 경험법칙, 간편법, 발견법, 어림셈, 추단법 등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시간과 정보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휴리스틱을 이용하면 대부분의 경우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만족스러운 해답을 빨리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완벽한 해답이 아니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큰 실수를 하는 원인도 제공한다. '편향'이란 휴리스틱의 결과로 나타나는 의사판단이나 의사결정의 쏠림 현상을 말한다.

의사결정을 내릴 때 과거의 경험 또는 기억을 토대로 이용이 가능한 사례를 생각해 내고 이를 토대로 판단하는 것을 '이용가능성'이라 한다. 휴리스틱과 관련한 의사결정의 쏠림현상도 있는데 이를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건이 일어난 후 마치 그 결과를 예견하고 있었던 것처럼 생각하고, 사전에 예측한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사후판단 편향'과 바탕이 되는 통계를 무시하고 전형만을 따져 습관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으로 '대표성의 오류'와 불확실한 사안에 대해 예측할 때 어떤 기준점을 설정하고 이를 조정하여 최종적인 예측을 확정하는 '기준점효과와 조정'이 휴리스틱에 의한 의사결정의 대표적인 쏠림현상이다.

행동재무학과 관련된 투자심리를 주식시장과 연관시켜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첫째가 군집심리로 개인들은 현재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을 따르려는 경향을 보이며 시장에서 가격이 오른 후에 주식을 사려하고 시장이 하락할 때 주식을 매도하려는 성향이 강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후회할 일이 생겼을 때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미리 위안과 변명거리를 구상해 두는데 이것을 '후회회피'라고 한다.

사람들은 잘못된 의사결정에 따른 고통을 피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미래는 예측할 수 없으므로 후회하는 일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일 때 조급한 마음에 주식투자를 시작하여 주식을 샀는데 사지마자 주가가 떨어 진다든지, 반대로 주가지수가 오를 때 주식투자를 하지 않고 기다렸는데 이후 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갈 때도 역시 크게 후회하게 된다. 문제는 후회회피가 미래에 후회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현재의 행동이 비합리적으로 변질되는 현상으로까지 나타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일반투자자들이 수익률이 오르는 주식을 너무 일찍 팔고, 수익률이 떨어지는 주식을 너무 오랫동안 보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후회하기 싫어서 나타나는 비이성적인 '처분효과'를 보이는 예이다.

사람들은 똑같은 내용을 보고도 상황이나 이유에 따라 서로 달리 받아들인다.

컵에 물이 반 정도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아직 반이나 남아 있다' 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제 반밖에 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처럼 프레임이 달라지는 것에 따라 판단이나 선택이 변하는 것으로 '프레임 효과'라고 한다.

프로스팩트(전망이론)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이 이익과 손실을 평가할 때 서로 다른 평가기준을 가진다고 본다. 동일한 손실과 이익이라면 수익에 따른 행복감 보다는 손실에서 느끼는 불쾌감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연구결과에 의하면 특히 일반인들은 수익을 얻기보다는 손실을 피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시장에 이러한 프로스펙트 이론을 접목시켜 생각해 본다면 주식이나 펀드에서 손실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손절을 못하고 질질 끄는 '손실회피'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기존 경제학에서 인간의 합리적인 행동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식이나 펀드를 매수나 가입한 이후 감정에 의하지 않고 10%하락하면 무조건 손절하고 20%오르면 차익실현 하는 방안을 간구한다면 어느 정도 합리적인 투자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출시되어 나온 인공지능(AI)이 운용하는 로봇어드바이저 펀드나 주식시장에서의 시스템트레이딩을 활용한 매매가 그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성이 아닌 감정에 쉽게 좌우되는 성향의 감정적 투자자들에게는 이를 활용한 재테크가 큰 손실을 막은 합리적 투자에 조금 더 다가서는 방안이 되지 않을까? 차호중 하이투자증권 동래지점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