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골재업계 요구해 온
- 채취깊이 완화 논의 계획에
- 수산업계 "민원창구 전락"
- 오는 23일 회의 불참 통보

현재 남해EEZ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된 상황에서 그간 논의가 무성했던 '민관협의회'가 출범도 하기 전에 수산업계가 건설업계 민원해결 창구로 전락할 움직임이 있다며 불참을 통보해 처음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는 오는 2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회의실에서 민관협의회를 개최한다. 민관협의회는 바닷모래 채취 중단 요구가 거세자 ▷바닷모래 채취해역에 대한 환경영향 조사·연구 ▷바닷모래 대안 마련 및 채취 최소화 방안 ▷환경친화적인 채취 방안 ▷점사용료 및 어민지원 사업 등에 대해 논의하고 검토할 기구이다. 해수부, 국토부, 한국수자원공사, 해양환경관리공단과 수산업계, 건설·골재업계, 교수·연구원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수산업계가 반발하고 나선 것은 '바다골재 채취 깊이 제한(10m) 조건의 재검토' 때문이다. 채취 깊이 제한은 지난 2월 해수부가 국토부에 '해역이용영향평가 협의 의견'을 제시하며 '채취 깊이는 10m로 제한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건설·골재업계는 "채산성에 맞지 않아 이를 완화해야 해야 한다"며 반발하자 국토부가 이를 수용하지 못해 현재 남해EEZ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됐다.

정연송 한국수산업총연합회 바닷모래 채취반대 수석대책위원장은 "바닷모래 채취 중단이나 최소화를 논의하기로 한 협의회였지만 국토부가 건설업계 민원해결 창구로 이용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며 "애초 정부와 어민들이 합의한 의견에 따라 민관협의회가 구성될 때까지 참석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관협의회 구성원도 당초 해수부, 국토부, 모래채취단지 관리자, 어업인단체가 참여한다는 취지와 달리 건설·골재 관련 단체까지 포함시켜 건설업계와 수산업계 간의 갈등을 오히려 더 부추기는 협의회로 전락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어업인들의 요구를 담은 해수부의 협의의견에 대해 국토부가 대부분 수용했고 해저 10m 채취 제한이 마지막 쟁점으로 남았기 때문에 안건으로 채택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어업인들이나 해수부가 제시하는 안건은 민관협의회에서 얼마든지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23일 열릴 민관협의회에서는 ▷위원장 선출 ▷협의회 운영규정(안) 심의 ▷바다골재채취 깊이 제한(10m) 재검토 등이 안건으로 상정된다. 협의회는 재적 위원 3분의 2 출석으로 열려 의결사항은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된다.

국토부는 이번 협의회 개최 이후 오는 6월께 협의회 운영 규정을 국토부 훈령으로 제정하고, 2018년 남해 EEZ 골재채취 및 친환경 골재채취 방안 등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정유선 이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