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 관련 국제사회 제재 맞물려
- 선결과제 많아 회의적 시각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개성공단 재개 여부가 새 정부 대북정책의 바로미터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맞물려 국가 간 이익이 충돌하면서 이를 풀어나갈 첫 번째 열쇠가 개성공단 재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 5개사를 비롯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대외 정세를 지켜보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파주 도라전망대에서 본 개성공단. 연합뉴스

통일부는 다음 달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문제 논의를 준비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 문제가 한미 간 의제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실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 같은 발표를 크게 반겼다. 부산의 신발업체 A사 관계자는 "1년여 전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설비와 장비를 고스란히 북한에 두고 와 피해가 매우 크다. 공단 가동이 재개되면 무조건 개성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A사와 같은 개성공단 직접 입주기업 및 관련 업체는 5000여 곳에 달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TV 토론 등에서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한다면 국내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의사를 줄곧 견지했다. 당선 이후에도 한반도 평화구상을 발표하며 햇볕정책과 대북 포용정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가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관철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부산의 또 다른 신발업체 B사 대표는 "개성공단이 문을 닫으면서 생산 설비를 급히 동남아 등지로 옮겼다. 노동력이나 생산성 등을 고려하면 개성공단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훨씬 이익"이라며 "정부가 외교력을 발휘해 개성공단 가동이 빨리 재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국제 정세가 결코 우호적이기 않은 탓이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원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과거 햇볕정책을 계승하려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유화정책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에 대한 제재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북한과의 협력에 방점을 둔 문재인 정부가 유엔 대북 제재에도 개성공단 사업을 재개할 경우 대북 압박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개성공단 가동 재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다른 신발업체 C사 대표는 "(개성공단 폐쇄로) 기업 입장에서는 피해가 크지만, 현재는 새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복잡한 정세를 차근차근 잘 헤쳐나가길 바라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