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량 부족에 가격급등 우려

이달 말 부산 입항 예정이던 포클랜드 오징어 6000t(426억 원 상당) 등을 실은 원양어획물 운반선(1만1000급)이 남대서양에서 침몰해 국내 오징어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승선원 42명은 모두 구조됐으며, 이 중 한국인은 없었다.

14일 해양수산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원양선사들이 잡은 포클랜드 오징어 6000t과 남빙양 크릴 2500t, 잡어 500t 등 총 9000t의 어획물을 실은 운반선이 지난 8일 침몰했다. 동해어업관리단 조업감시센터(FMC)는 파나마 국적의 이 운반선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신호가 이날 오전 10시(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동쪽 남대서양 해역에서 마지막으로 감지된 후 끊겼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포클랜드 해역에서 어획한 오징어를 실은 이 배는 지난 2일 남빙양에 들러 크릴과 잡어를 선적해 부산으로 향하던 중 남빙양에서 유빙에 부딪혀 천공이 생겼다. 이 배는 천공을 수리하며 포클랜드 제도로 회항을 시도했지만, 사고 발생 48시간 만에 선장은 선박을 포기했다. 승선원 42명은 인근에서 호위하던 선박으로 옮겨타 전원 구조됐다. 운반선에 담긴 어획물에 국내 선사 대부분이 보험을 가입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오징어 수급에 따른 가격 상승이다. 이번에 수장된 오징어 6000t은 올 4월까지 국내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의 3분의 1, 원양산의 6분의 1에 해당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냉동 오징어(1㎏) 평균 소비자가격은 1만283원으로 전년 동기(5727원) 대비 80%나 올랐다. 업계는 이번 원양 오징어로 가격이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고로 다시 최고가를 경신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오징어가 턱없이 부족해 이번 운반선만이 오기를 기다리던 업체가 많았다"며 "몇몇 수입업체는 운반선 입항을 전제로 학교 등 단체급식 등과 공급계약까지 마쳐 연쇄적인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냉동창고에도 오징어가 부족해 현재 연근해산 오징어 1만3352t, 원양산 오징어 1만7571t이 보관돼 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42%, 49%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채낚기어선과 연안복합어선이 이달 초부터 오징어 조업을 나갔지만, 빈 배로 돌아오고 있다. 연근해 오징어를 70% 이상 잡는 트롤어선은 오는 7월께 출항한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