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방위 규제로 사업 위축
- '투자 부적격'으로 추락 가능성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의심되는 중국의 전방위 규제로 롯데그룹의 주력 사업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중국 내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올해 해외 신용평가사로부터 '투자 부적격' 등급을 받게 될 우려가 커졌다.

지난 2일 중국 당국이 매장 내 무전기 주파수까지 단속해 벌금을 부과한 안후이성의 한 롯데마트 매장. 연합뉴스

3일 롯데그룹과 기업경영 분석업체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제 3대 신용평가사(무디스·피치·S&P) 중 한 곳인 피치는 지난해 8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종전 9등급(BBB)에서 10등급(BBB-)으로 낮췄다. 무디스도 석 달 뒤인 지난해 11월 9등급(Baa2)에서 10등급(Baa3)으로 하향 조정했다. 통상 기업의 신용평가 등급은 최고 수준인 1등급부터 '부도 상태'인 22등급으로 나뉜다. 22개 등급은 다시 ▷투자 적격(1~10등급) ▷투자 부적격(11~22등급)으로 분류된다.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이 '투자 적격'의 마지노선 수준까지 내려간 것이다.

당시 두 신용평가사의 하향 조정 이유는 롯데쇼핑의 중국 내 수익 급감과 자금흐름 악화였다. 롯데쇼핑은 2015년도에 3461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내에서만 1200억 원대의 적자를 냈다. 문제는 지난해 롯데쇼핑 신용등급 조정에 '사드 리스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롯데에 대한 중국의 '보복성' 규제가 시작된 시점은 롯데가 국방부와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맺은 지난해 11월 말 이후였다.

당시 중국의 무역 규제가 '경고' 혹은 '예고' 성격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달 들어 본격화된 전방위 '사드 보복'으로 중국 내 롯데쇼핑의 사업이 지금보다 악화되면 '투자 부적격' 단계인 10등급 아래로 내려갈 우려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2001년 무디스 계열사로 편입된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해외 기관들이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사드 리스크를 배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만약 롯데쇼핑이 '투자 부적격 기업'으로 지정되면 투자자 신뢰 하락과 이에 따른 국내외 자금조달 난항, 이자비용 급증과 주가 하락 등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롯데쇼핑 매장의 실적이 중국보다 양호하다는 점을 근거로 신용등급의 급격한 하락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