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새 땅값 배 가까이 뛰고
- 조건도 예전과 같아 난항 예상
- 공모 지연땐 반환금 마련 골머리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내 복합관광시설을 추진하던 일본 세가사미 그룹의 사업 철수(본지 지난해 11월 18일 자 14면 보도)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부산시가 새 주인 찾기와 반환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가사미는 2013년 7월 벡스코 인근 9911.2㎡의 부지에 복합관광시설 '센텀원'을 짓는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4년 가까이 삽도 뜨지 않은 채 방치하다가 지난해 12월 26일 시에 사업 포기 의사를 공식 통보했다.

이에 따라 시는 다음 달 말 세가사미로부터 해당 부지를 다시 사들이는 부동산 환매계약을 맺는다고 26일 밝혔다. 시는 이후 토지감정평가를 거쳐 새로운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재공모 절차에 돌입한다.

문제는 부지 가격이 배 가까이 뛰면서 1만 ㎡ 규모의 부지를 선뜻 매입할 사업자가 나타날까 하는 점이다. 2013년 매각 당시 ㎡당 360만 원이던 표준지 공시지가는 올해 이의신청기간이 끝나면 600만 원 중반대까지 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부설주차장 설치 기준을 150㎡당 1개 면에서 300㎡당 1개 면으로 완화한 관광숙박시설 확충 특별법이 지난해 말 소멸되면서 새로운 사업자는 시설비용의 대폭적인 증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가사미가 손을 뗀 핵심 이유로 알려진 '관광호텔 개발 조건(연면적 51% 이상)'도 유효한 상황. 시는 먼저 동일한 조건으로 1차 재공모를 하고 유찰될 경우 정책조정을 통해 사업 조건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업자를 쉽게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환금 마련 문제도 '발등의 불'이다. 시가 세가사미에 지급해야 할 금액은 부지 매각금액 1136억 원 중 계약보증금과 대부료를 제외한 937억3400여만 원이다.

일단 시는 5월 추경을 통해 계약보증금 5%를 지급하고 나머지는 재매각 등을 통해 갚는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당장 4월부터 지급해야 할 나머지 대금에 대한 이자의 금리를 낮추기 위해 세가사미 측과 조율 중이다.

이 경우 법정이율은 연 5%이지만, 세가사미 측의 사업 철회 책임을 물어 2~ 3% 선에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엔 세가사미 관계자와 만나 올해 1~3월 대부료를 안 받는 대신 이자를 내년 3월까지 면제해 달라는 제안을 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이자 문제만 해결해도 최대 십수억 원의 시 예산을 아낄 수 있어 협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새로운 사업자가 빨리 나타나야 할 텐데 비공식적인 루트로 관심을 보인 업체들이 실제 재공모에 나설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