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연근무제 도입 저조
- 300인 이상 기업도 절반
- 요금인하 호텔 재산세 삭감
- 지자체 논의도 안 거쳐
- 구체적 내용 없는 정책도

정부가 23일 내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것은 새해 들어 수출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음에도 국내 소비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총생산(GDP)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내수 부진이 지속될 경우 자칫 경제성장률이 뒷걸음질 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월 소비자심리지수(93.3)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수준과 비슷하다.

이번 정부 방안이 지출 여력이 있는 계층은 지갑을 열게 하고, 형편이 어려운 계층에 대해서는 소득은 늘리면서 생계비를 절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효성에서는 의문점이 많다. 부처별로 다양한 대책을 내놨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내수 부진에 대한 원인 진단과 이에 따른 근본적인 대책은 빠져 있어 뚜렷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정부는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가족과 함께하는 날'을 지정하겠다고 했는데, 유연근무제의 도입률이 저조한 상황이어서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나타날지 장담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은 300인 이상 대기업 중 53.0%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마저도 100∼299인 업체는 27.3%, 30∼99인에서는 25.9%, 10∼29인은 15.1%, 5∼9인은 12.0%로 규모가 영세해질수록 도입률이 떨어졌다. 도입률도 문제지만 실제 사업장에서 유연근무제 활용률은 그보다 더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객실 요금을 인하한 호텔·콘도에 재산세를 한시 인하해주는 정책도 비슷한 맹점을 지니고 있다. 재산세는 지방세이므로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중앙부처가 각 지자체를 설득해야 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지자체들이 정부의 뜻에 동참할지 알 수 없다.

통신비 인하를 위해 내건 이동통신 단말기 판매 시 현상경품 기준 완화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현상경품 기준을 완화하면 통신사끼리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고 보는데, 경품 기준을 완화한다고 해서 통신사들이 마케팅비를 늘린다는 보장은 없다.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려운 정책도 여럿 있다. 골프산업 규제 완화 방안, 노인 외래진료비 정액제도 개편 방안 등은 방향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특히 세금 인하 방식으로 예상되는 골프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서도 실제 그린피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실버 여행 활성화 대책은 오는 4월에야 연구용역에 착수한다.

소비 진작책이 실행을 장담하기 어렵고 모호한 대책 위주로 나온 것은 역으로 소비 활성화가 소비만을 목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고용안정, 가계부채 경감, 소득 증대 등을 통한 실질구매력 강화 방안이 전제되지 않은 내수 활성화 효과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