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기 원양선사 중 맏형인 현대상선이 부산항에서 물동량을 큰 폭으로 처리하며 몰락한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잘 메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난해 9월부터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올해 1월 부산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량이 6m짜리 기준으로 12만4917개로 지난해 같은 달의 9만6363개에 비해 29.6% 증가했다고 23일 밝혔다.

올 1월 현대상선이 늘린 물량(2만8554개)은 부산항 전체 물량 증가분 1만6000개보다 훨씬 많다. 현대상선이 부산항 물량 증가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의 증가 폭이 아주 컸다. 지난해 1월 4만6191개에서 올해는 6만7429개로 46.0%나 늘었다.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다른 나라로 가는 환적화물은 지난해 5만171개에서 올해5만7487개로 14.6% 증가했다.

현대상선의 부산항 물동량은 지난해 8월까지 8만~9만 개 선에 머물다가 9월에 10만2140개로 늘었고 10월부터 12월까지 매월 11만 개 선을 유지했다. 올 1월에는 12만 개를 넘었다. 전년 같은 달 대비 증가율은 9월 9%, 10월 9.5%, 11월 29.0%, 12월 19.0%였고 올 1월에는 30%에 가까웠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물동량의 꾸준한 증가는 신용등급 상승과 함께 국내외 화주들의 신뢰가 조금씩 회복되는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 부산항 물동량 목표를 150만 개로 잡았다고 밝혔다. 미니 컨소시엄을 맺은 국적 근해선사인 장금상선, 흥아해운을 합치면 200만 개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부산항만공사(BPA)는 올해 현대상선의 물동량 증가세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컨테이너 처리 목표를 2000만 개로 정한 BPA가 이를 달성하려면 지난해보다 60만 개 이상 더 유치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6개월 연속 환적화물이 감소하는 등 여건은 녹록지 않다.

현대상선의 올해 부산항 물동량 목표인 150만 개는 지난해보다 34만 개 많다. 다음 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는 SM상선은 올해 목표를 25만 개로 정했다. 두 정기 원양 국적선사의 분발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이흥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