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즉각 중단" "단계적 중단" 평행선
- 수협 "과적 운항 등 규정위반"
- 채취업체·수자원公 고발키로

남해 EEZ(배타적 경제수역) 바닷모래 채취 관련, 정부와 수산업계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채취 허가를 연장하며 어업 피해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이고, 수산업계는 채취 중단 후 피해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와중에 어업인들은 모래 초과채취 및 과적운항 위반 등의 혐의로 한국수자원공사와 골재채취업체를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어서 향후 사태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 윤학배 차관 주재로 남해 EEZ 골재채취 관계기관 회의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채취 허가를 연장하며 어업 피해조사를, 수산업계는 채취 중단 후 피해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붙었다. 남해 EEZ 대책위 제공

해양수산부는 지난 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윤학배 차관 주재로 국토교통부, 수자원공사, 한국골재협회,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남해 EEZ 피해대책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남해 EEZ 모래채취 관련 대책회의를 열었다. 남해 EEZ 바닷모래 채취 관련, 차관이 주재한 회의는 처음이어서 해결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국토부에선 건설정책국장이 참석했다.

바닷모래 채취와 관련 역할이 미비하다는 비난을 받았던 해수부는 이날 회의에서 그간 골재채취 단지 관리 권한을 기존 수자원공사 대신 해수부 산하기관으로 이관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지금 당장에는 골재대란 등의 문제로 인해 모래채취를 중단할 수 없는 대신 골재협회가 5억 원의 비용을 대고 해양환경관리공단에 어업피해 재조사를 맡기고 채취량을 단계적으로 줄이며 대안을 모색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수산업계는 바닷모래 채취 연장 즉시 중단과 함께 남해 EEZ 해역의 원상 복귀 대책을 요구했다. 바닷모래 채취로 인해 어업피해가 발생한 만큼 채취 연장을 즉시 중단한 후 피해조사를 해야한다며 해수부 측의 제의에 정면 반발했다. 수산업게는 또 어업피해 조사 비용을 정부가 대지 않고 왜 골재협회가 부담하느냐고 지적했다. 대책회의는 결국 해수부·국토부·수자원공사·어업인단체가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약속하며 빈손으로 끝났다.

이와 별도로 어업인들은 골재채취업체와 채취단지 관리 권한을 가진 수자원공사를 조만간 부산지검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일부 업체가 균등하게 모래를 파지 않은 채 허가량 이상으로 팠고, 이를 과적 운반해 채취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6일 열린 국회(임시회) 제3차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의원들의 질의에 "바닷모래 채취가 연근해 어업 생산량 급감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당장 골재대란을 막기 위해서 바닷모래 채취를 즉각 중단할 수는 없고 최소한으로 줄이겠다"고 말해 어업인들의 반발을 샀다.

한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이날 '남해 EEZ 모래채취 갈등 수습을 위한 공동연구 및 대책 시급' 제목의 동향분석 자료를 통해 모래채취로 해저지형이 급변화한 해저지형의 원상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