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00만~8000만 원 하던 권리금
- 최근 들어 10% 이상 떨어져
- "수익 대비 너무 비싼 임대료
- 비정상적 상권 문제 생긴 것"

부산의 전통적인 유통 중심지인 서면 일대 인근의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전포 카페거리'. 5, 6년 전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한 이 거리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높은 권리금과 임대료로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우려를 자아낸 데 이어 근래에는 권리금이 10% 이상 떨어지는 등 상권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거리의 '덩치'는 커졌지만 원조 멤버는 10%도 채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초창기 특성을 잃고 자칫 평범한 도심지 먹을거리 골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초 뉴욕타임스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명소로 떠오른 2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전포 카페거리에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 부산진구 전포성당 일대에 조성된 전포 카페거리는 2012년께부터 소규모 커피숍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 뉴욕타임스 선정 '2017년 가봐야 할 세계 여행지' 포켓몬고 '성지'로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부산진구청에 따르면 초창기 작고 아담한 커피숍 20여 개로 출발한 카페거리는 지난해 말 현재 커피점 52곳, 일반음식점 138곳, 제과점 2곳을 갖춘 대형 상권으로 몸집을 키웠다.

뉴욕타임스에 소개되면서 최근에는 더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어 겉모습은 화려하다. 그러나 정작 골목 내부 사정은 사뭇 다르다. 21일 카페거리 인근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전포성당 앞 중심거리의 50㎡안팎 점포의 권리금은 초창기 2000만 원 하던 것이 한때 3, 4배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꺾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7000만~8000만 원에 달했지만 최근엔 6000만 원 선까지 떨어졌을 정도다.

한 공인중개사는 "예전처럼 소자본으로 어설프게 뛰어들었다간 손 털고 나갈 수밖에 없다"며 "권리금과 임대료가 비싸다보니 새롭게 들어온 가게도 자금 압박을 받다 금세 철수하는 등 점포가 자주 바뀌고 거래도 잘 안 된다"고 귀띔했다.

원조 멤버 대부분은 월 60~70만 원에서 150만~160만 원까지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 카페거리를 떠난 반면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음식점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유동인구도 많아졌지만 권리금이 낮아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영산대 서정렬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전포 카페거리라는 '장소성'이 좀 더 강력한 브랜드로 성장해야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데, 권리금이 떨어졌다는 것은 상권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라며 "실제 수익을 반영한 임차관계가 형성되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초창기 멤버 90% 이상이 거리를 떠나면서 '원형'이 사라질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커피숍 대표는 "임대료 인상에도 오랫동안 버티며 장사해왔는데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이 진출해오면서 어쩔 수 없이 철수를 고민하고 있다"며 "이대로 간다면 향후 5년 내 평범한 도심지 거리로 변해버릴지도 모른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 지역 상공계 일각에서는 "동래구 명륜1번가의 경우처럼 상권의 특성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한 자생적 상인단체를 결성, 지혜를 모으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며 "지자체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만든 서울 성동구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