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신인도 높게 평가한 듯
- 이 부회장 재판 집중 기반 마련

삼성전자가 이재용(49) 부회장 구속에 따른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에도 세계 최대의 전기전자 장치 기업인 하만(Harman) 인수에 사실상 성공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재판에 대비해야 하는 긴박한 위기 상황에서 잠시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하만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스탬포드 시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삼성전자와의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주총 이전에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하만 일부 주주가 하만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낸 데 이어 이 부회장도 구속돼 주주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해당 안건은 70%에 가까운 찬성률로 통과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내용을 보면, 당일 주총에는 보통주 6988만 주 중 4946만 주의 주주(70.78%)가 참여했고 이 중 4700만 주(67%)가 찬성표를 던졌다. 재계 관계자는 "하만 주주들이 '재벌총수 구속'에 따른 불확실성보다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기업의 시스템과 신인도를 비중 있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거래액 기준 80억 달러·9조2000억 원)인 '하만 인수'의 9부 능선을 넘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과 한국 등의 반독점규제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올해 3분기까지는 인수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독점규제는 기업 간 M&A로 특정 사업 부문 및 제품에서 독점이 심화되거나 그렇게 될 우려가 있을 경우 내려지는 조치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성공으로 이 부회장의 유무죄가 가려질 재판에 총력을 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 삼성그룹 내에서는 미래전략실 법무팀과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이 앞으로 있을 법정 공방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특히 삼성은 '특검과의 정면 승부'를 위해 법무팀 인력을 보강하거나 변호사 추가 선임과 같은 전력 강화를 검토 중이다.

다만 삼성은 하만 인수와 갤럭시S8 출시 등 외형적 사업보다 지배구조 개편처럼 그룹 내부 사안에 대해 우려가 크다. '총수 대행' 체제에서는 단행될 수 없는, 이 부회장의 의사결정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사장단은 지난 18일 사내 통신망을 통해 "모든 임직원이 하나로 뭉쳐달라"고 당부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 하만은 어떤 기업 분야 인포테인먼트, 카오디오 등  전장사업 매출·영업익 69억1000 달러·6억8000달러(2015년 기준) 전장사업 연평균 성장률 9% 2025년 1029억 달러(약 121조 원) 성장 전망 주요 브랜드 JBL(프리미엄 스피커),  뱅앤올룹슨(차량용 오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