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리지갑' 직장인 소비 저해
- 정부 경기 조정기능 상실

'13월의 보너스'로 불리는 연말정산의 환급일이 다가오면서 환급액 규모에 직장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임금 근로자들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근로소득세를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거둬들인 근로소득세의 증가율이 임금인상률보다 3배 넘게 높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직장인들은 "월급은 쥐꼬리만큼 오르는데 '유리지갑'에서 세금만 뭉텅이로 빼갔다. 말로만 소비 진작, 내수 활성화를 외쳤다는 게 증명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세수 조절을 통한 경기 조정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정부가 거둬들인 국세 수입은 242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도(217조9000억 원)보다 24조7000억 원 늘어난 것으로,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전년 대비 세수 증가분 역시 사상 최대치다.

특히 임금 근로자로부터 거둬들인 근로소득세는 전년 대비 14.6% 증가한 31조 원으로, 처음으로 30조 원을 넘어섰다. 총국세수입 증가율 11.3%보다 3.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총국세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12.8%에 달해 10년 전보다 4%포인트 증가했다. 또 2006년 12조2000억 원이었던 근로소득세는 10년 만에 2.5배가량 늘어났다. 그만큼 임금 근로자가 내는 세금이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의미다.

근로소득세 증가율은 임금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1인당 평균 임금인상률은 4%(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기준)로 소득세 증가율이 임금인상률보다 3배 이상 높다.

정부는 명목임금이 오른 데다 취업자 수가 늘어나 지난해 근소세가 증가했고, 특히 소득세의 경우 누진되므로 소득이 늘어난 것에 비해 소득세 증가폭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세수 예측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근로소득세는 정부가 2016년 예산을 편성할 때 예측했던 것보다 1조8000억 원(6.2%)이나 많다. 정부의 예상보다 근소세가 훨씬 더 많이 걷힌 것이다. 또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6%에 그쳤으나 근소세와 부가가치세(14.2%)는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다.

따라서 정부의 경기 조절 기능마저 상실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장인들로부터 세금을 더 많이 걷어 소비 진작 등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부산대 김영재(경제학부) 교수는 "근로소득세가 증가하면 직장인의 가처분 소득은 그만큼 줄어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국내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정부가 세금 정책을 통한 경기 조절에 실패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