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주서안 물동량 최근 급성장
- 2M·미니 얼라이언스 결성 협업
- 실적·신용등급 회복 발판 마련
- 신항 3부두 지분 기회되면 인수

지금 부산항 주변에선 한진해운의 몰락으로 유일한 국적 정기 원양선사가 된 현대상선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최대 해운동맹인 2M과 미주노선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은 데 이어 최근 근해선사인 장금상선·흥아해운과는 미니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한진해운 대체선박이 효과를 내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미주서안 노선의 점유율이 높아가고 있다.

지난 18일 부산을 찾은 유창근(64·사진) 현대상선 사장은 "영업 실적 향상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만큼 미주노선에 박차를 가해 내년 하반기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상선의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실적은 수치로 보여준다. 미국해운통계조사기관 피어스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지난해 11월 미주서안의 물동량 처리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60.8% 증가했다. 시장점유율도 7.3%로, 지난해 동기 대비 2.4% 늘었다. 한진해운 몰락으로 미주 서안 노선에 선박 10척을 투입한 머스크 증가율(2.3%)보다 높았다.

유 사장은 "이런 호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부산항에서 처리할 컨 물동량 목표를 150TEU(1TEU는 6m짜리 컨 1개)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미니 얼라이언스를 맺은 근해선사 물량까지 합치면 200만 개까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현대상선이 부산항에서 처리한 물동량은 116만3600여 개로 2005년 수준(116만3천800여개)을 회복했다. 올해 150만 개를 달성하면 2013년 수준(156만8000개)을 회복하게 된다.

유 사장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억간 지난해 9월부터 컨 처리실적이 매월 10, 11만 개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국내외 화주들의 신뢰를 얻기 시작해 올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 사태의 낙수효과라는 일각의 견해에 대해 유 사장은 "꼭 그렇지마는 않다"며 "2M과의 해운동맹도 논란이 있었지만 실속있게 마무리했고, 근해선사와의 동맹도 완벽하지 않지만 실적회복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에 결코 선언적 목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부산신항 터미널 이용과 관련, 그는 현대상선이 지분 매각 당시 싱가포르 터미널운영사인 PSA와 맺은 약정 때문에 4부두에 70만 개를 당분간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4부두는 원래 현대상선이 대주주(50%+1)였다가 자금난 때문에 40%를 지난해 PSA에 매각했다.

최근 '항만 자주권 방어 차원'에서 논의가 한창인 신항 3부두 지분 인수에 대해선 "PSA와의 약정을 먼저 해결해야 하지만 신속한 하역과 비용절감을 위해선 전용 터미널 확보가 필요하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재무적 투자자 IMM이 내놓은 3부두의 '50%-1'는 현재 부산항만공사, 대주주인 (주)한진, 현대상선 등이 공동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유 사장은 "아직 신용등급이 없어 일부 까다로운 화주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BB 이상 등급으로 회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종합상사와 현대건설을 거쳐 1986년 현대상선에 입사한 유 사장은 구주본부장, 컨사업부문장 등을 거쳐 2012년 11월~2014년 4월 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인천항만공사 사장으로 옮겼다가 지난해 9월 현대상선 구원투수로 사장 자리에 복귀했다.

이흥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