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팔리는 전통 선물세트
- 수십만 원대 호가하던
- 쇠고기·굴비·고급청과 등
- '김영란법' 5만 원 구성 무리
- 판매 1년 새 10% 이상 하락
- 반여농산물시장 과일 판매량
- 작년 추석보다 절반이상 감소
# 실속 지역 특산품 날개 달아
- 3만 원 삼진어묵 '이금복 세트'
- 물량 3배로 늘렸는데도 완판
- 설 매출 177% 상승 기대
설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장기불황과 잇따른 물가 인상으로 '대목'을 기대했던 유통업체들이 한숨을 짓고 있다. 얼어붙은 경기에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설 선물시장에도 가격과 품목을 놓고 업체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어묵 김 등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지역 특산물 성격을 겸비한 먹을거리가 각광을 받은 반면, 한우 굴비 등 고가 선물세트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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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부산 반여농산물도매시장에서 설 대목을 앞두고 한 택배차량이 작업을 하고 있다. 불황과 청탁금지법 등으로 선물용 과일 주문 물량이 줄어 차량 화물칸이 썰렁하다. 김성효 기자 |
■명절선물 가격대 따라 희비
지역 대표 먹거리인 부산어묵 선물세트는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고래사어묵 삼진어묵 등 업체들의 매출도 급증세다. 경기침체와 청탁금지법으로 가격 부담이 큰 선물보다 저렴하지만 실용적인 상품을 찾는 손길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삼진어묵에 따르면 이 업체는 지난 추석에 인기가 높았던 '이금복 세트'의 물량을 3배로 대폭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3만 원짜리 '이금복 세트 1호' 물량 1만5000개는 2주 전에 벌써 완판이 됐다. 5만 원인 '이금복 세트 2호'도 주문량이 많아 매진이 임박한 상태다. 삼진어묵 관계자는 "설에 총 5만 세트가량 팔릴 것으로 보여 지난 추석 대비 매출액 177%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선물세트도 수십만 원대인 한우, 굴비세트보다 가격이 저렴한 생필품, 청과세트 등이 인기를 끄는 등 지난해와는 다른 구매 패턴을 보였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의 지난 2~17일 선물세트 판매현황을 보면 예년에 비해 고가의 굴비 세트와 정육 세트는 각각 20%, 6%씩 판매 실적이 떨어졌다. 반면 생필품 세트가 53%로 급증하고, 청과 세트 6% 정관장 등 건강식품 세트가 9%로 판매 실적이 늘어났다. 신세계센텀시티도 축산물과 수산물 선물세트 매출이 40%가량 감소한 반면 가공·식품류 판매가 8.2% 상승해 대비를 이뤘다.
현대백화점은 전국적으로 설 선물세트 본 판매(9~16일)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나 하락했다. 특히 한우(-13.3%), 굴비(-12.1%), 청과(-11.6%) 등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재고 소진을 위해 이례적으로 설 열흘가량을 남겨놓고 일찍부터 선물세트 최대 30% 할인에 들어갔다.
롯데백화점도 오는 22일부터 5일간 '설 선물세트 블랙위크'를 열고 설 막바지 기간 주력 인기상품을 할인 판매할 예정이다. 한우 청과 채소 굴비 등 신선식품을 비롯해 건어물 가공식품 생활용품 화과자 등 다양한 상품군의 선물세트를 20~70% 할인 판매한다.
■"안 팔릴까 봐 물건 들이기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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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사하구 장림동 삼진어묵 제1공장에서 택배 발송 대기 중인 어묵상자들. |
이날 오후 반여농산물시장의 풍경은 지난해 추석과는 사뭇 달랐다. 전국 각지로 명절 선물을 실어나르기 위해 빈틈없이 세워져 있던 택배 차량이 눈에 띄게 줄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물건을 옮기던 한 택배기사는 "택배 물량이 지난 명절보다 3분의 1로 확 줄었다"며 "차량을 가득 채웠었는데 지금은 텅텅 비어있지 않느냐"고 푸념했다.
예년 같으면 주문 받은 물량을 놓을 데가 없어 곳곳에 설치해 놨던 텐트도 절반가량으로 확 줄었다. 청과물상가 17년 차 상인인 문순자(63) 씨는 "명절이면 거래업체 선물로 100상자씩 사가던 곳도 오늘 30상자밖에 안 사가더라. 지난 추석과 비교하면 주문량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 과일 경매가가 많이 내렸는데도 안 팔릴까 봐 물건을 사놓질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사과 한 박스의 경우 10㎏ 기준 경매가가 지난달 3만5000원하던 상품이 이달 초 3만 원으로 내려가더니 지금은 2만5000원까지 뚝 떨어졌다. 소매가격은 6만 원이었던 최상품의 가격이 현재 4만 원대로 급락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새벽마다 열리는 경매에서는 '불매'되는 건수도 늘었다. 반여농산물시장 관계자는 "명절이면 대량구입을 하던 업체들의 주문이 뚝 끊기면서 전체적으로 택배량이 예년보다 30%가량 줄었다"며 "경기불황에 청탁금지법 영향까지 겹치면서 상인들이 직격탄을 입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부전시장도 다르지 않았다. 설 차례상 준비로 손님들이 한창 북적여야 할 시기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한산한 모습이었다. 한 야채상점 직원은 "요즘엔 설 대목이라도 연휴 전 하루 이틀 정도만 붐비는 실정이다"며 "불경기에 물가도 오른다는 뉴스가 많이 나오니까 사람들이 더 지갑을 닫는 것 같다"고 전했다. 생선판매점인 진주상회 최종기(56) 씨는 "찾는 손님은 전년과 크게 차이 없는데 7마리 사가던 손님이 5마리만 가져간다"고 말했다. 최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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